가을단상 - 1 토지를 읽으며

[2018년 11월 2일 / 제193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18.11.05l수정2018.11.0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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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오해는 하지 말자! 뜨거운 여름이 가고 싸늘한 바람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여자들의 살찌는 계절이 남자들에게는 가슴이 마르는 계절이다. 가슴이 시릴 땐 생각난다. 나는 토지를 읽으면서 주인공인 서희보다 봉순이를 좋아했다. 물론 당연히 용이가 사랑하는 월선의 삶을 더더욱 가엾어 하며 애잔한 그리움을 낳게 한 그녀를 생각하였다.
목숨과도 같았던 농경사회의 토지와, 이 토지를 지키려는 민초들의 열정, 그리고 일제 식민지의 억압 속에 외부세력과의 대립관계 속에서 우리민족이 겪었던 현실을 월선과 용이의 사랑을 통하여 그려 놓았다. 옳고 그름을 나누던 시대를 생각한다. 비록 언덕이 있어도 때론 물은 넘친다. 혁명과 개혁을 경험하기 어려운 한국역사에 사화나 당쟁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여종이 자신의 주인을 지켜내는 역할에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끝까지 입을 다물며 이슬처럼 목숨을 내놓는 광경을 읽었다.
시대를 달리하면 사내들조차 지조를 바꾸는 세상에서 진실과 정의 사랑 원칙을 말 해 무엇 하겠는가, 이른바 사화당쟁의 와중에서 혁명과 개혁에 실패한 선비의 아내, 아들, 딸들이 하루아침에 종의 신분으로 떨어지는 현실을 보았다. 가을밤이 깊어가고 있다. 밤이 아니면 어찌 꿈꿀 수 있겠는가?
어둠이 아니면 어이 달빛을 즐길 수 있겠는가, 힘겹고 어렵게 빛을 보지 못하고 어둠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꿈을 꾸며, 그 꿈을 현실에서 실현키 위해 반드시 일어서야 하리라. 비록 종의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사내보다 당당하게 살다가, 목숨을 버려야 할 때, 버릴 줄 아는 그 이름 모를 여인들의 강인함으로, 불꽃처럼 일어서서 이 세상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
가을밤이다. 견디기 어려운 일들이 빗물처럼 밀려오고, 오는가 하더니 이내 가고 말았다. 정의를 어이 흥정할 수 있으며. 달빛을 어떻게 나누어 매매할 수 있겠는가. 기세를 뽐내던 달빛조차 새벽이면 닭이 우는 소리에 놀라 이내 물러나고 마는 것을……. 강을 이루는 영산강의 물빛이 곱다. 길을 가르는 바람이 순하다. 길가에 코스모스 피어나듯 아름다운 마음이 우리와 함께 피어나리라.
세상 사람들은 달콤함만 자신의 것으로 즐기고, 고통은 다만 남의 탓이라 한다. 그리하여 필자는 한마디 하고 싶다. 사내라 이름 하여 어이 다 사내라 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사내는 국민들이 점점이 흘린 눈물방울을 가슴에 담아 날마다 자신의 피눈물로 여겨야 하리라.
몇백년 전에 여인들이 알고 있었던 사실을 우리가 알지 못하고 남의 눈물과 슬픔을 외면하고 살아서 되겠는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던진, “버리고 갈 것만 남았으니 홀가분하다”는 메시지를 직시하며 나의 욕망을 채우기에 갈급해 하지 말고, 지도자들은 어려운 주민들과 서민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이 가을이 더 풍성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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