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자 배출은 열광해야할 일인가?

우용희 기자l승인2014.12.23l수정2015.06.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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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경쟁 부추겨서는 지역미래 없다
국가인권위, ‘홍보활동은 인권침해, 근절돼야’
능력의 가치가 우선돼야 지역노화 막는다

▲ 영암고등학교, 영암여고, 삼호고, 입시학원에서 게시한 합격자 홍보 현수막.

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후 각 대학 수시모집 전형의 결과가 속속 발표된 가운데 지역 내에 걸린 각 학교들의 결과에 대한 현수막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정 대학 합격 홍보… 명문대 기준은 무엇인가?

영암고등학교는 연세대 1명, 서울시립대 2명, 한양대 1명, 서울과기대 3명, 수도권 대학 5명이라며 홍보를 했고, 영암여중고 총동문회에서는 서울대 1명을 비롯해 고려대 1명, 이화여대 1명의 합격자 실명을 거명하며 현수막을 내걸었다. 삼호고등학교 역시 연세대 1명, 고려대 1명, 한양대 1명, 경희대 1명, 서울과기대 3명, 한국외국어대 1명, 건국대 1명, 명지대 1명, 인하대 1명, 가천대 3명, 용인대 1명, 동국대 1명 등의 합격자를 배출했음을 홍보했다. 심지어 일부 학원에서조차 특목고에 진학을 시켰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똑같은 특목고인 예술고와 체육고에 입학시켰다는 홍보문구는 보기가 힘들다.
온통 명문대·특목고 타령이다. 하지만 명문이냐 명문이 아니냐는 구분에 대해 원칙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대학의 종합적인 평가를 담당하는 사설 평가기관들도 점수와 순위만 존재할 뿐 명문·비명문을 구별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교육부가 지난 여름 발표한 ‘잘 가르치는 대학’ 선정 사업을 통해 명문대라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한꺼풀 더 걷어냈다는 의미를 줄 수가 있다.
당시 교육부 발표에는 수도권의 성균관대, 중앙대, 가톨릭대, 광운대, 서울여대와 지방의 대구가톨릭대, 조선대, 충남대, 건양대, 대전대, 동명대, 목원대, 한림대로 13개 대학을 선정했고, 지난 1~2년 사이 선정되었던 대학(경희대, 서강대, 아주대, 계명대, 전북대, 충북대, 동국대, 목포대, 안동대, 우송대, 한밭대, 한양대, 영남대, 금오공대)과 함께 대학별로 15~23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고 했다.
흔히 생각하는 SKY는 없다. 명문대라는 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결론이다.


학생 인권 보호·개인정보 동의 절차는 밟았는지…

물론 각 고등학교에서 자랑스러워하며 현수막을 통해 공개된 학생들에게는 분명 축하를 해줘야할 일이다. 치열한 입시경쟁과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이겨낸 학생들은 존중받아야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게시된 현수막에 올라오지 못한 절대 다수의 학생들의 심정은 생각을 해봤을까 싶다. 그들에게도 똑같은 교육이었겠지만 결과가 달랐고 하고자하는 목표가 달랐을 수도 있다. 기준도 없이 그들에게 차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한, 학교와 학원들은 인적사항마저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교육기본법 제23조에 따르면 ‘학생의 정보는 교육적 목적으로 수집, 처리, 이용 및 관리되어야 하고,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 및 보호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정보를 제공할 때에는 학생들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하고, 일괄적인 동의 방식을 통해 일부 학생이 원하지 않는 개인적인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된다. 특히 학생의 동의 없이 성적, 가족 및 교우관계, 징계기록, 학비 미납 등의 개인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되며, 보호자의 동의를 얻었다고해도 학생 당사자의 동의가 있지 않은 이상 불특정 다수의 집단에게 정보를 노출시켜서는 안된다는 내용이다.


국가인권위, “특정학교 합격 홍보는 인권침해다”
시민단체, “학벌보다 능력에 대한 가치가 우선돼야”

지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가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학력·학벌 차별의 핵심적 원인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관행적로 이루어지면서 차별적 문화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보아 그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고 설명하며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에서 인권침해라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더불어 각 지방교육청에서는 속속 이런 현수막들의 게시를 금지시켰었고 지도 감독을 하고 있다. 또 학벌차별을 반대하는 시민운동 단체들의 활동으로 도시권에서는 해당 현수막들이 거의 사라졌다. 도시권 학교와 경쟁하기도 벅찬 시골 학교들이 유독 더 잘못된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또, 시민단체에서는 “‘그 외의 학교에 입학하거나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차별이나 소외감을 줄 수 있어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입시경쟁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그리고 동일한 단계의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학교의 종류, 학교이름, 석차 등 결과에 따라 다른 가치가 부여될 수 있고, 심하게는 능력과 상관없이 출신학교나 성적에 의해 사회, 경제적으로 구분하고 배제될 우려가 있다”며 “결국 이런 입시경쟁이 심화될수록 본인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학교선택보다는 이른바 명문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학벌주의로 견고해지기 때문에, 이러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애초에 홍보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성적지상주의를 강조하는 잘못된 풍토에서 벗어나 건실한 인재를 키우고 교육의 본질적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지역인재 육성, 채용 약속”

최근 전국 10여 곳의 혁신도시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완료되고 있다.
이전하는 공공기관들마다 각각의 지역에서 인재 육성에 힘을 싣기로 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여기에 지역 인재를 우선적으로 채용하면서 지역과 상생하겠다는 약속들도 병행하고 있다.
가까운 나주의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역 산학연에 대해 해마다 100억 원씩 R&D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2020년까지 500개 기업을 유치해 에너지 밸리를 조성할 예정이며, 그 과정에서 지역인재들을 기르고 채용해 지역과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그리 멀지않은 미래는 어느 대학을 다녔느냐보다 어떤 능력과 기술을 보유했느냐가 우선이 되는 사회로 변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지역발전 저해하는 학벌문화, 지역민 스스로 깨뜨려야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는 영암여고의 기옥서 교장은 “마치 서울대에 합격을 못시키면 지역에서 죄인이 되는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사립학교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소위 말하는 명문대 진학에 더 신경쓰고 있는 실정이지만,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에게도 항상 또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 교직원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영암에 거주하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20대의 한 청년은 “똑똑하고 공부를 잘 했던 사람은 도시에서 대기업이나 반듯한 일자리에 취업하는듯 비춰지고, 영암에 남아 있는 젊은 사람은 학업성적이 뒤떨어졌거나 문제가 있어 제대로 취업도 못해 지역에 남아있는 것처럼 잘못된 편견을 만들어내 영암에 있는 것이 부모님께 누를 끼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계속해서 인구가 유출되는 상황에서 서울대 몇 명 들어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지역을 지켜야 할 젊은이들에게 더 당당한 지역 생활이 되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야 한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일부가 주장하는, 대학에 대한 가치척도가 교육현장에 혼란을 주고, 지역 청년들에게는 심리적 위축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을 핑계로 지역 거주를 회피하게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며 지역발전을 외치는 모순된 행동들에 박수를 쳐주는 우스운 현상이 지금 영암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했다는 것이 중요한 잣대로 평가하는 사회현상을 부추긴다면, 오히려 지역 발전을 심각히 저해할뿐더러 지역차별·지역불균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스스로의 굴레를 만들게 된다.
학교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학부모에게는 옳지 못한 교육적 판단을 유도해 사교육 의존을 높이며, 학생들에게는 입시경쟁에 대한 부담을 주며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잘못된 관행을 하루빨리 개선하도록 해야한다.
지역 발전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학벌에 대한 차별 문화, 이제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생각의 변화를 가져야 할 때이다.

우용희 기자  editor@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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