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웅 미술관에서 특별전이 열린 지난 4일 2018년 왕인으로 선정된 대아(大阿) 하태현(85) 선생은 한 장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건 자신이 교사로 재직 중이던 1970년대 영암초등학교 등교 사진이다.
흑백사진 속 고사리 손으로 팻말을 들고 등교하고 있는 아이들은 어느새 중년이 됐지만, 하태현 선생의 회상 속에 아직도 제자들은 코 흘리는 모습 그대로라며 입을 뗐다. “내 제자들이 어느새 이렇게 성장해 공직에 입문해 있는걸 보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세삼 떠오른다”
영암농업고등학교(현 영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4년 영암초등학교 교사로 공직에 입문한 하태현 선생은 이번 특별전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두 장의 사진을 제공했다. 하태현 선생이 현직으로 활동하던 1950년대는 사진이 귀하던 시절이었고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사진을 많이 간직하지 못해 아쉽다는 속내를 비친 그의 기억 속에 영암은 지금보다 몇 곱절 많은 아이들로 가득찬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어떤 것들은 흔해지고 어떤 것들은 줄어 왔지만 교육자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일생을 살아온 그의 신념은 굳건했다. 때문에 하태현 선생은 90년대 퇴직 후에도 영암국악협회 사무국장, 다문화자모교육 및 학생지도교사, 왕인문해학교 문해교사를 역임하며 지역의 곳곳에서 새로운 이름의 선생님으로 꾸준하게 일생의 이력서를 채워왔고, 이러한 노고를 인정받아 군민을 대표해 왕인으로 선정된 2018년은 자신에게 잊지 못할 한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하태현 선생은 “‘대아(大阿)’ 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살도록 정직, 성실, 근면을 좌우명으로 삼고 평생을 노력했다”며 “부족한 나를 왕인으로 선정해줘서 기쁘고 한편으로 걱정도 되지만 명예로운 왕인의 이름에 어울리도록 힘이 다할 때까지, 시간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하고 교육하며 남은 일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