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찬바람이 감도는 저녁시간. 신북면 갈곡리 정오마을은 평소와 다르게 북적한 인파가 모였다.
이날 어둠이 깔린 마을에 라이트와 마이크 스탠드가 설치되며 오랜만에 모인 갈곡들소리 보존회원들의 모습에 기대감이 가득 찼다.
이처럼 2003년 발굴 후 남도문화예술제 대상과 2004년 한국민속예술축제 대통령상에 빛나는 갈곡들소리 보존회원들은 올해에도 왕인문화축제 주무대에서 영암의 향토 문화를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흥겨운 노랫소리와 함께 시작된 연습에서 바닥에 점을 찍고 모형물을 바닥에 심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회원들의 손놀림은 이제 능숙하다. 또 점에 맞춰 일렬로 모를 심고 박호규 보존회장의 선소리에 맞춰 노래하는 회원들의 모습에 여유가 넘친다. 
올해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변함없이 축제에 참가하고 있는 회원들은 다년간의 공연을 통해 누구보다 끈끈한 신뢰감을 형성한지 오래고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변함없이 축제에서 영암의 민속놀이의 향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춘자 어르신(77)은 “허리가 아파 연습하기 힘들 때도 있지만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연습하는 게 재밌다”며 “몸이 허락 할 때까지는 계속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회원들은 김매는 모습과 물을 퍼 올리는 모습 등 1970년대까지 지역에 현존해 있던 갈곡 들소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또한, 밥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있는 여성회원, 지게를 등에 짊어진 남성회원 등 이제는 일상에서 보기 힘든 모습을 보는 것도 갈곡 들소리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연습을 통해 회원들은 실전 대회와 다름없이 징과 꽹과리 등의 전통악기에서 나오는 소리에 맞춰 원을 그리며 순회했고, 기수들은 ‘갈곡 들소리’ 기를 힘껏 들어 올리며 옛 풍경을 재현했다.
이어 회원들은 연습이 끝난 뒤 다과를 먹으면서도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코앞으로 다가온 축제에서 입게 될 대회복인 저고리가 여성회원과 남성회원들 모두에게 전해졌고, 살이 많이 쪄서 몸이 안 들어가겠다는 회원이 있는 반면 옷이 커서 고민인 회원들도 있었다.
이처럼 회원들은 대회 준비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매년 한데 모여 변함없이 영암을 알릴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을 드러내며 웃어보였지만 예년과는 다른 분명한 차이점도 생겼다. 
어제 오늘일이 아닌 농촌 노령화의 화살은 갈곡들소리 보전회에도 피할 수 없었고 80여명의 회원 대부분이 마을주민으로 구성됐던 초창기와는 다르게 현재 행사의 진행을 위해서는 타 마을의 지원 없이 이어가기 힘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내달 열리 왕인문화축제에서 70여명의 갈곡들소리 정원 중 약 25명이 월평리를 비롯한 다른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초창기 선소리를 맡았던 유승림 어르신이 얼마 전 작고해 마땅한 소리꾼을 찾지 못해 박호규 회장이 맡고 있지만 박 회장의 뒤를 이을 만한 후계자는 현재로서는 없다. 자칫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신북 갈곡 들소리의 명맥이 끊어질 수 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박호규 회장은 “연로하신 어르신들에게 계속해서 참여를 독려하기가 죄송스럽고 앞으로 언제까지 축제에 참여할지 잘 모르겠다”며 “갈곡 들소리가 계속 보전되기 위해서는 영암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려는 군의 노력과 함께 젊은 층에서도 옛 전통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