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암 활성산 풍력발전이 운영된 지 4년가량 지났지만 그에 따른 잡음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풍력발전으로 인한 고통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삼호읍와 시종면 등 또 다른 지역에 대규모 풍력단지 건설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본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8회에 걸쳐 신재생에너지의 한 축인 풍력발전에 대한 지역적 여론과 타 지역의 사례 등을 취재해 영암의 풍력발전에 대해 총체적으로 조망해 본다. 

< 글 싣는 순서 >
1회 – 영암의 풍력·태양광 산업의 현주소와 실태
2회 – 새만금 해상 풍력발전의 동상이몽
3회 – 영남 알프스 영덕… 순풍만 부나?
4회 – 경주 풍력발전을 이용한 관광산업, 그리고 주민들의 삶
5회 – 제주 풍력 공유화와 바람의 가치 1
6회 – 제주 풍력 공유화와 바람의 가치 2
7회 – 해상풍력발전 메카 전남 영광
8회 – 풍력발전 갈등의 유일한 해답 ‘주민 상생 원칙

충분한 환경적 검토절차, 주민수용성 등 철저한 검증 ‘필요’

제주의 풍력이 그나마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서는 성공사례로 꼽히지만 풍력발전이 만인에게 유익한 행복에너지는 아니다. 물론 과거 아무런 경제적 이익이 되지 않던 제주의 바람이 이익창출의 수단이 되고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제주 고유의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파괴, 주민들의 피해 등의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난제이다.

제주 표선면 가시리에 들어선 이 풍력발전은 마을공동고목장 부지 2만 9466㎡에 1500㎾급 7기, 750㎾급 6기 등 15㎿ 규모로 2012년에 준공됐다. 제주도는 전력판매수익의 70%를 부지 임대료로 마을회에 제공하고 마을에서는 이 재원을 토대로 마을 출신 대학생 학자금 지원,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로수당 지급, 일부 주민들의 건강보험료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구좌읍 행원풍력단지도 마찬가지이다. 행원리는 1990년 중반 이미 국내 최초의 풍력발전단지 상업화에 성공한 지역이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이곳은 당시 풍력발전단지 조성에 체계적인 규정이 없었던 시기에 지어진 탓에 풍력발전시설과 마을과의 거리가 채 100m에 지나지 않은 곳도 있다. 가까이에서 풍력발전기를 볼수 있는 탓에 제주의 이국적인 풍경과 어울려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곳이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다르다. 발전기에서 나오는 저주파 소음 때문이다.

인근마을 주민 김모(63)씨는 “아무리 이익을 공유하던 어쩌던 간에 풍력발전은 혐오시설이다”며 “낮이고 밤이고 바람이 불기만 하면 윙윙거리고 돌아가는데 아무 미쳐버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풍력발전이 가시리마을에 연간 10억, 행원마을에서는 4억 가량의 수익을 내주는 효자이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주민들에게는 풍력발전은 ‘혐오시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셈이다. 이렇듯 풍력발전은 핵과 화석연료에 비해 비교적 환경적 영향이 작지만, 절대 없지는 않다. 풍력발전기 하부 기초구조물로 인해 지역의 지질 및 지형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소음·진동의 영향도 인접지역에서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영암풍력발전단지(활성산)의 피해사례에서도 충분히 나타난 문제이다.
또 발전기 타워와 블레이드의 높이가 지표에서 100m 정도까지 다다르다 보니 지나가는 새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여러 개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 새로운 경관이 형성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갖는 사람들도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특히 풍력발전기는 한 번 설치되면 20년 정도 지속되고, 내구수명이 지나면 기기교체 등을 통해 더 길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지역사회에 장기간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는 풍력발전기의 설치·운영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사회의 민주적인 참여, 특히 각 단계별로 주도적인 참여가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왜냐하면 에너지체제 전환은 정부나 기업들만이 하는 게 아니라, 그 에너지를 사용하는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알려진 해상풍력도 지역 주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상풍력사업이 가장 활발한 제주도는 도의회의 벽에 부딪혔다. 제주도의회는 서귀포시 대정과 제주시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동의안을 보류시켰다.
총 사업비 5100억원이 투입되는 대정 해상풍력발전사업은 대정읍 앞바다에 연간 28만9000㎿h 발전 규모의 풍력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사업은 구좌읍 한동·평대리 해역에 연간 32만3415㎿h 규모의 풍력단지를 4746억원을 들여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두 사업의 지정 동의안은 지난해 4월과 8월에 각각 제주도의회에 제출됐으나 찬·반 양론이 맞서면서 1년 넘게 상정이 진행되지 못했다.
또한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은 구좌읍 한동·평대리 해역에 사업비 4746억원을 투입해 연간 32만3415㎿h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8월 지구지정 동의안이 제주도의회에 제출했으나 결국 심사가 보류됐다. 해상풍력지구 지정 고시상 주민 의견 수렴 및 환경·경관 기준 등 세부 입지기준이 부실하다는 이유였다. 
제주 환경단체 관계자는 “육상이든 해상이이든 주민수용성 부분은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현장실사, 민원해소 대책수립, 주민과 이해관계에 따른 의견수렴 등의 다양한 기준과 심사절차를 거쳐야만 한다”며 “풍력이 석탄, 원자력보다는 환경적 피해가 덜하지만 체계적 관리와 난개발 방지, 주민갈등 해소라는 일차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다면 오히려 더 큰 지역적 갈등을 야기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충분한 이격거리가 우선이라고 설명한다. 현행 제주도의 조례는 육상풍력지구의 경우 20㎿ 이상 및 오름과 1.2㎞ 이격을 충족해야 하고, 해상풍력지구는 100㎿-해안선 1㎞ 바깥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제정되어 있지만 해외의 경우 최소 10㎞이상 이격거리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최소 4~5㎞이상의 이격거리를 둬야 하며 해외의 사례처럼 충분한 이격거리 확보가 어려울 경우 일정 지역 한곳에 몰아서 지주지정을 할 필요도 있다고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제주 환경단체 관계자는 “제주는 관광자원으로 먹고 사는데 해수욕장이나 마을의 경관을 망치면서 아무런 대책 없이 ‘풍력발전단지’를 만드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영암도 주민참여형 에너지 절약 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