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 갑 수

내가 연재하고 있는 조선역사 에세이 개수가 60편을 넘어 거의 단행본 한 권 분량이 되었다. 이쯤에서 나는 내가 어떻게 이 에세이를 만들고 있는지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나는 역사 에세이를 소설 다음으로 많이 집필하고 있다. 기왕 출간된 <역사여, 다카키마사오여>와 <미래를 위한 과거>는 전형적인 역사 에세이 책이다.
잘 알듯이 에세이는 문학에 속한다. 내게 있어서 문학은 작품을 만들어 낸 작가의 본질과 별개의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작품은 작가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이것은 내가 글에서 1인칭 주어를 많이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또한 역사에 대한 평가는 그 시대 인물에 대한 지식 없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믿는다. 결국 나는 이른바 ‘역사주의 방법론’ 중에서 인물을 중시하는 미시적 방법론을 선택하여 역사 에세이를 기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고대인들에게는 인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없다. 반면 조선인들의 경우, 그들을 관찰할 수 있는 자료가 (아마도) 세계 제일로 많다.
나는 지난 10년 이상 우리의 근·현대사를 공부해왔다. 그리고 이를 소재로 소설 포함 7권의 책을 썼다.(이 중 마지막 하나는 곧 출간) 그리고 나는 재작년부터는 조선역사를 공부해 왔다. 이 에세이 집필을 위해 내가 읽은 텍스트는 줄여 잡아도 100권이 넘는다. 반쯤은 빌려 읽었고 반쯤은 사서 읽었다. 나는 이 중에서 양서라고 판단되는 10여권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정독한다. 한 권 당 최소 3회 이상은 읽는 것 같다.
이 밖에 나는 모 대학 도서관의 회원이라서 국내외 논문을 언제라도 검색해서 읽는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더욱 요긴한 텍스트는 단연 <조선왕조실록이다> 이 위대한 기록물은 조선 태조에서부터 25대 철종 대까지 472년 간의 역사를 1,893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조선역사에 대한 평가는 책마다 다르다. 각 시기에 대한 평가도 다르지만, 제도와 풍습, 군자와 소인, 왕과 권신, 충신과 간신들에 대한 평가도 각양각색이다. 이럴 때 <조선왕조실록>은 나의 최종적인 판단 텍스트가 된다.
거듭 말하지만 식민사관의 핵심은 조선시대에 대한 왜곡과 폄하에 있다. 조선을 부정적으로 만들어야 식민지 침략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조선왕조실록>에 해당되지도 않는 조선 말기 멸망기의 역사를 조선의 전반적인 역사로 일반화하는 사관이다. 그리하여 조선의 주류를 ‘부도덕한 가해자’로 만들고, 조선의 비주류를 ‘도덕적인 피해자’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우리가 혐오해마지 않는 식민사관의 요체이다.
학술논문이라면 당연히 주석 등의 논문 형식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나는 학술논문을 쓸 생각이 없다. 첫째, 나는 역사가가 아니라 문학인이기 때문이다. 둘째, 논문의 체제를 갖추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셋째, 논문은 나의 주관을 담기에는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 에세이를 쓰면서 두 가지 희망을 가지고 있다. 먼저 나의 글을 뜻 맞는 분들이 소수일지라도 의미 있게 읽어 주었으면 한다. 다음으로 나는 내 역사 에세이가 언젠가 역량 있는 후학을 만나 가치 있고 체계적인 학술논문으로 전화하는 계기가 되는 것 정도로 충분히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