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터 방불…불청객 ‘AI’ 막느라 ‘녹초’
“새만 보면 답답…하늘에도 방역 해야 하나” 한숨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손꼽히는 닭·오리 산지인 영암도 초비상 사태에 들어갔다. 영암에서는 최근 매년 반복되다시피 발생하는 AI사태의 중심에 있었고 그 피해규모만 수십만 마리가 살처분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27일 오후 서호면 금강리 신금대교 인근 방역초소. 서호방면에서 시종방면으로 신금대교의 시작점에서는 ‘서행 가축방역 중’이라는 입간판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입간판에서 약 50m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차량이 지날 때마다 소독약품이 세차게 뿌려졌다.
지난 23일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군은 신북1초소(하수처리장),신북2초소(광암마을입구),신금초소(신금대교) 등 기존 3개 거점소독초소를 운영하다가 AI위기경보단계가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되자 신흥초소(신흥교), 시종1초소를 더해 총 5개소를 확대운영에 들어갔다.
이중 신금초소는 서호와 시종을 잇는 주요 교통로로 차량이동이 많아 교통요충지이자 AI방역의 전략적요충지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이곳을 지나는 차량만 하더라도 어림잡아 약 500대를 훌쩍 넘는다는 것이 근무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근무자는 군서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박미아 팀장과 도포에서 사랑농장을 운영하는 양점희 씨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권용진 오리협회영암군지부장도 함께 방역에 나서고 있었다.
권 지부장은 “지난 23일에 나주의 한 농가에서 AI가 발병했고 반경 3㎞내에 있던 농가들도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과정 중 시종면 월롱리 농가에서 키우던 오리에서 H5N6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상황이 최악으로 진행될 경우 애지중지 키운 오리를 또 살처분해야 된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신금대교 초소에서 하루에 분무되는 소독약은 약 15㎏정도로 5톤가량의 물에 희석시켜 분무하고 있다. 보통 2톤가량의 물에 1㎏가량의 소독약을 희석시켜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3배정도 농도가 짙은 편이다.
이는 원액에다 지속적으로 물을 유입시키는 연속 희석식의 경우 현장에서 소독약 희석배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소독효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겨울철 영하의 기온에선 소독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감안한 처치이다.
근무자들은 대개 하루에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다. 농장주들은 ‘생계’를 위해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고 공직자들도 한명씩 교대근무를 하면서 AI 유입 차단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이날 방역근무에 나선 군서면사무소 박미아 팀장은 방역 업무가 끝나도 밀린 행정업무를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몸은 녹초가 된다. 박 팀장은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며 “하지만 저는 하루만 근무를 하지만 여기 계신 농장주들은 매일이 전쟁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하기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이 초소에서 하는 일은 차량방역에서부터 차량의 서행을 유도하는 수신호 작업까지 몸을 녹일 시간도 부족하다. 여기에 소독약을 피하려고 일부러 서행하거나 소독약 분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얌체차량에 수동으로 소독약을 살포하는 것도 이들의 주요 업무이다. 
전국을 강타한 AI로 인해 강제휴업에 들어간 양점희 씨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한숨을 내쉰다. 양 씨는 “설사 이번에 AI가 큰 피해없이 지나가더라도 종오리가 부족해 6개월가량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매년 반복되는 AI 악몽을 멈추기 위해서는 정부와 방역당국이 AI 발생원인과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농장주들은 이번 AI사태도 내년 3~4월까지는 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호남권과 영남권, 경기도에 이르기까지 발생 한 달을 맞았지만 영암은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권 지부장은 “지난 여름에 폭염으로 축산 농가들은 이미 그로기 상태인데 AI마저 유입된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며 “AI가 돌 때마다 가금류를 집단 살처분하고 그 책임을 농민에게 지우는 방식으로는 한국 축산업의 미래가 없다”며 정부의 방역대책에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