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 긴장보다는 차분함 속에 막바지 준비 ‘이상無’
3년간의 인내와 노력…“좋은 성적으로 보상받을 것”

교실 앞 칠판에 ‘D-9’라는 큼지막한 글자 위에는 ‘Practice makes Perfect(연습만이 살길이다)’라는 단어가 파란색 글자로 새겨져 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9일 앞둔 지난 8일 낭주고의 음악실에서는 막바지 수능준비에 들어간 20여명의 학생들이 뜨거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추운 날씩임에도 불구하고 교실은 이들의 뜨거운 학업 열기로 후끈했다.
사실 몇몇의 학생들은 대학교 수시에서 이미 합격증을 받아 들었거나 수능최저 제한 점수를 맞추면 되기 때문에 이번 수능에 임하는 부담감은 크지 않다. 그렇다고 이번 수능을 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다.
자신들이 3년 동안 감내해야 했던 인내와 노력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수능을 9일 앞둔 예비 수험생들에게 올해는 유독 힘든 한 해였다. 특히 올 여름 숨이 막히고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더웠던 여름은 가뜩이나 예민한 고3 학생들을 더욱 지치게 했다. 그리고 최근 전국을 강타한 최순실 국정농단과 정유라 특혜논란 또한 예비 수험생들의 사기를 꺾이게 했다. 하지만 예비 수험생들은 마치 스무고개를 넘듯 여러 번의 고비 속에서도 빼곡하게 채운 필기내용들을 살펴보면서 마지막 관문을 위해 마음을 다잡아가고 있다.
수능반의 유일한 청일점이자 조선대 정치외교학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최상호 학생은 “평소에도 정치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확실히 저의 대학진로를 ‘정치외교’나 ‘신문방송’관련 학과로 정했습니다”라며 “수능점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낮은 점수 보다는 되도록 높은 점수로 제가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객관적으로 낭주고가 소위 말하는 ‘명문고’와는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입학 초기 학생 개개인들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명문고 학생들과의 차이가 있었지만 이제 그 차이는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는 학생들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학교 차원의 학생별 맞춤형 관리도 큰 역할을 했다.
학생회장을 맡았던 윤서라 학생은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낭주고 입학이 저 개인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라며 “현재 인하대 체육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1:1로 멘토 역할도 해주시고 체대 입학을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큰 힘이 되는데 만약 다른 학교였다면 이런 관심은 덜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꿈을 가진 길지은 학생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길 학생은 현재 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를 수시전형으로 합격해 놓은 상태이기에 다른 친구들보다 여유로운 상황이지만 자신의 롤 모델이나 다름없는 이정숙 국어선생님처럼 국어교사를 목표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길 학생은 “최근 모의고사 국어과목을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끌어올리면서 더욱 자신감이 붙었어요”라며 “선생님들이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해주시고 다양한 입시정보를 제공해 주셔서 수월하게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물리치료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는 김다윤 학생 역시 수시전형으로 호남대 치위생학과에 합격해 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김 학생은 더 큰 목표를 꿈꾸고 있다. “농촌의 작은 학교라고 해서 저희들의 꿈이나 목표가 작은 것은 아니잖아요”라며 “수능시험의 고득점이 최종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저도 3년 동안 남들 못지않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라고 각오를 밝혔다.
1분 1초가 아까운 시점에 갑작스런 인터뷰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리고 대학이라는 최종관문으로 가는 길목에 각자의 목표나 지향점은 달랐지만 그 목표를 위한 노력이 결코 부족하다거나 얕지 않기에 낭주고 수능반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