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마지막으로 수확한 아로니아. 18일 마지막으로 수확한 아로니아 열매를 두 손 가득 내보인 김성호 씨.

“하루만 일찍 오지. 어제가 마지막 수확이었거든.”
19일 시종면에 있는 아로니아 재배 밭에서 만난 김성호(67) 씨의 첫 마디였다.
총 300여 평인 그의 밭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밭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하얀색 조망(鳥網)’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열매 수확이 끝났음에도 평상시 밭을 공격하는 조류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망을 둘렀다는 것이다. 또한, 8~9월이 한창 수확 시기임에도 올해는 가뭄과 무더위로 인해 아로니아 열매의 수분이 증발한 탓에 일찍 수확해 저온창고에 보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10가지 효능, 항산화 물질 함량 블루베리보다 4배 높아
김성호 씨가 아로니아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매스컴이었다.
원래부터 철쭉, 사철, 석류, 단풍나무의 묘목을 재배하고 판매했던 그는 우연히 아로니아의 효능을 알게 된 후 재배를 결심했다.
폴란드가 주 생산지인 아로니아는 유럽에서 왕족과 귀족들이 ‘만병통치약’이라 부르며 즐겨 먹던 과일인데, 외형이 비슷한 블루베리보다 더 알아주는 이유는 꽃이나 과실에 포함된 빨간색, 보라색, 파란색 색소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라는 항산화 물질이 베리(berry) 종류 중 가장 많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 연구소에 따르면, 아로니아의 안토시아닌 함량은 크랜베리의 10배, 블루베리의 4배, 포도의 12배이며 사과의 12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항암효과, 중금속 해독, 피로해소, 피부미용, 심혈관 질환·치매 예방, 당뇨 치료, 다이어트, 방광염·요로감염증 예방, 두뇌 기억력 향상, 시력보호 등의 10가지 효능이 있다.
그래서 김성호 씨는 2013년, 1년산 묘목을 다량 구매해 밭에 심었다. 아로니아의 열매 수확은 2년산부터 가능하다. 그러므로 작년에 첫 수확을 했지만, 양이 많지 않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부 나눠주었다는 그.
“올해는 2년산 때보다 가지가 더 늘어나 많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었는데, 열매는 붉은색에서 검은색이 될 때 수확한다. 그리고 지금 여기 심은 아로니아 나무가 총 600그루인데, 1그루당 3kg가량 수확했다”
수확량이 전년보다 늘어 판매를 시도했다는 그는 시종면 인근의 한 상가에서 아로니아를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아 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현수막 광고’를 활용했는데, 상가의 가판대보다 판매 효과가 높았다.
길 가다 현수막을 본 타지 사람들이 아로니아 효능을 알고, 먼저 찾은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처럼 낮은 인지도와 부족한 판로 때문에 아직 판매 활성화를 기대할 순 없지만, 김성호 씨에게서 아로니아를 받았던 한 지인은 꾸준히 10일 동안 섭취한 결과, 피로해소 효과를 봤다며 그 효능을 극찬했다고 한다.

가장 손이 덜 가는 ‘효자’

▲ 300여 평의 아로니아 재배 농장

아로니아 나무는 키워본 묘목 중 가장 손이 덜 가는 나무라며, 재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김성호 씨는 말한다.
현재 그가 아로니아를 재배하는 밭의 모습을 보면, 곳곳에 자라난 잡초와 아로니아 나무 사이로 길게 뻗은 조릿대들이 눈에 거슬려 무신경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는 오히려 이런 무농약 친환경 농법이 아로니아 재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아로니아는 과수원이나 다른 밭에서 최대한 떨어진 곳에 재배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직접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옆에 있는 밭에 농약을 뿌리면 그 농약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아로니아의 효능을 보려면 농약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 영하 40도의 추위와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도 굳건히 잘 자라기 때문에 아로니아는 농약을 하지 않아도 걱정 없다. 그래서 아로니아 재배는 실패할 확률이 적다.
그리고 아로니아 재배가 투자 대비 소득 창출에서 이익을 주는 결정적인 부분은 ‘삽목’에 있는데, 봄철 가지치기 후 가지를 땅속에 묻어 보관해 3~4월쯤 삽목을 하면, 활착과 발근의 성공률이 높아서 묘목 수량 확보가 수월해져 열매와 함께 판매할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현재 김성호 씨는 밭에는 4년산을 재배하고 있으며, 집에는 삽목으로 새롭게 얻은 2년산과 한 달 된 묘목을 재배하고 있다.
김성호 씨는 “밭만 있다면, 이런 방식으로 묘목 수량을 늘려 여러모로 소득에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효자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재배작물 마땅치 않으면, ‘아로니아’ 어때요?
앞서 말한 것처럼 김성호 씨는 아로니아 재배의 장점들을 나열하며,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고 싶은 사람 또는 농사를 새로 시작하는 젊은 농부들에게 실패율이 낮은 아로니아 재배를 추천해보고 싶다고 한다.
도로변 현수막 광고뿐이었지만, 아로니아를 아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로 아로니아를 찾는 이는 매스컴 광고에 민감한 20~30대 젊은 층과 여성들인데, 한 번 구매한 사람은 지인들에게 권하며 더 많은 소비자 확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아로니아 재배량 확대 및 판매에 희망을 품게 되었다고 김성호 씨는 말한다.
또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전북과 경상도에서 아로니아 재배를 많이 하고 있다. 남도는 강진, 담양에서 하고 있으므로 한 지역 내 아로니아 재배 농가들이 모여 조합을 만들면 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에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영암은 아직 인지도와 재배 농가 부족으로 활성화되기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블루베리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또 ‘초크베리’라는 또 다른 명칭처럼 떫은맛이 강해 아로니아를 먹은 새와 들짐승은 기절할 정도다. 그래서 효능보다 맛과 외형만 보고 판단하면 선호할 수 없는 작물이다”고 말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의 말에 문득 궁금증이 생긴 기자가 아로니아 열매 한 개를 맛보았는데, 확실히 씹었을 때 첫맛은 ‘떪은 감과 앵두의 신맛’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처음의 거북스러운 맛은 점차 없어지고 보통의 과일에서 느끼는 식감만 남아 먹어볼 만했다. 재배하기 쉽고, 몸에 여러모로 좋은 왕족이 찾던 고급 열매 ‘아로니아’. 김성호 씨가 말한 것처럼 점점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영암군민들의 농가소득 증가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