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언론협동조합 대표이사 박 웅

나락값 대폭락의 원인을 생산과잉과 소비감소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정부의 정책실패를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인 국민의 책임으로 돌리는 책임회피성 주장이며,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감추기 위한 비겁한 언행이다.
영암군농민회와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 준비위원회 등 농민단체들은 나락값이 30년 전 가격으로 폭락한 원인이 정부의 무분별한 수입쌀 정책과 재고미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인재’라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농산물은 그 특성상 조금만 생산량이 초과하면 가격이 폭락하고 반대로 수요량에 미치지 못하면 폭등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전체 쌀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42만 톤 정도의 수입쌀이 매년 들어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영암군에는 수입쌀이 얼마나 보관되어 있고, 또 앞으로 얼마나 들어오게 될까? 주무부서인 친환경농업과를 통해 확인한 결과 작년까지 도포 대동창고와 영암읍 회문리 창고에 약 600여 톤의 수입쌀이 이미 들어와 보관중이고, 올해 시종면 내동리 정부양곡 보관창고에 1000톤을 배정받아 현재 300여 톤이 들어왔고, 앞으로 내년 2월경까지 1900여 톤의 수입쌀이 이미 배정되어 더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들어올 양까지 합하면 3500여 톤으로 수입쌀은 현미상태 20㎏ 단위로 포장되어 들어오니까 무려 17만5000 가마나 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전동평 영암군수와 박영배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들은 여러 차례의 공청회와 간담회를 통해 올해 나락값 폭락의 대책으로 30억 원을 투입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 예산은 가격지지와 홍수출하 조절을 위해 조합장들과 농민단체가 합의하는 방법에 따라 사용하기로 하여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발 빠르고 유일하게 지자체 차원의 선제적 대응을 하였고, 그 결과 영암지역내의 시중 시세가 타 시군에 비해 높게 형성되고 있으니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영암군 전체 나락 생산량이 40㎏ 조곡으로 230만 가마 정도 되니까 한 가마당 2000원 씩만 계산하더라도 혈세 30억 원을 사용하여 눈에 보이는 효과 50억 원 이상의 실질적인 농가 소득지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나락값 폭락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수입쌀이 버젓이 우리 영암군에 보관되어 있고, 현재도 들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면 나락값 지지를 위해 사용한 혈세 30억 원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농민들이 생산한 나락 전량을 수매해 달라고 목 놓아 주장했을 때, 행정과 농협에서는 사줄 의지는 분명히 있는데 창고 여석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 죽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나락값이 30년 전 가격으로 대폭락하여 농심이 흉흉한 이때, 나락값 폭락의 주범인 수입쌀을 다른 곳도 아닌 시종면 내동리 정부양곡 보관창고와 도포 대동창고, 영암읍 회문리 창고에 들여온 것은 앞뒤 분간 못하는 잘못된 양곡관리 업무가 분명하다. 농민들은 보관할 창고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나락을 내다 파는데 창고업자 돈을 벌어주기 위한 수입쌀 보관 여석은 있고, 농민들 나락을 받아줄 공간은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번 경우를 교훈으로 삼아 필자는 우리 영암군을 수입쌀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을 하고 싶다.
중앙정부에게 찍혀 교부금을 못받네 불이익을 당하네 이런 뻔한 소리 늘어놓지 말고, 소신 있는 행정을 펼치길 절실히 기대해 본다. 이재명 성남시장처럼 청사에 세월호 깃발을 달고, 사드배치 반대를 위해 성주나 김천군민의 촛불집회에 우비를 입고 참석하여 당당히 자기주장을 펼치고,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가서도 ‘청년배당’이 정당하다고 여당 의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반박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박근혜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농업이 영암군의 기간산업이고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지켜주기 위해서 ‘우리 영암군을 수입쌀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선포하겠다’고 이런 선언 정도는 해주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렇게 해서 전동평 군수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농업에 대한 철학의 재정립과 정치적 결단을 통해서, 조합장을 비롯한 농협은 뼈를 깎는 혁신과 6만 군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자구책 마련으로, 당사자인 농민들은 품종단일화와 홍수출하 조절을 통해 2016년을 영암쌀 경쟁력 강화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길 기대하고 기대하고 또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