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만족하는 병원,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병원, 직원이 만족하는 병원” 영암병원에 들어서면 진료실 위쪽에 이러한 문구가 눈에 띈다. 영암병원 경영진과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가슴속에 되뇌이는 다짐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폐업의 문턱에 서 있었던 영암병원은 직원들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낙후된 시설과 부족한 전문의 등의 이유로 지역민이 이용을 꺼린데다 직원들은 경영진과의 불화 누적된 임금체불로 인한 지루한 싸움이 진행되면서 친절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노사가 지역주민 보건향상과 병원발전을 위해 체불임금과 노사간 갈등으로 해고됐던 직원들을 다시 복직 시키는 등의 ‘영암병원 정상화 선언’을 하면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부터는 8개월 여동안 제구실을 하지 못한 야간응급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비로소 지역 유일한 준 종합병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정상화 선언 후 1년. 영암병원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난 15일 영암병원을 찾았을 때 영암병원의 분위기는 1년 전 삭막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환자들을 대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친절함이 묻어 있었다.
“어머니,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어요? 지금 환자분들이 많으니깐, 저쪽에 앉아계시다 이름 부르시면 들어가세요” 흔히 병원이라는 이미지는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의사와 딱딱하고 업무적인 말투의 간호사들이 문뜩 떠오르지만 영암병원에서 환자들을 대하는 모습은 단지 친절하다는 느낌을 넘어 “격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지 직원들 뿐만 아니다. 진료를 하는 전문의들 마저도 환자들에게 ‘엄마’, ‘할머니’, ‘어머니’등 친숙한 단어들로 환자들을 맞이한다. 이러한 변화는 환자들로 하여금 예전에 불친절하고 못 믿을 병원이 아니라 따뜻하고 편안한 병원의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직원들의 자구적인 노력에 의한 변화였다. 지난해 말까지 매일 아침 진료를 시작하기 전 직원들은 친절교육을 실시했고 지금도 외부 강사를 초빙해 전직원 친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친절만이 영암병원을 되살릴수 있다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생각들이었다. 
친절함에 책임의식도 더해졌다. 예전 영암병원은 조금의 중증환자더라도 진료를 거부했다.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서다. 즉, 무늬만 병원이었을 뿐 병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월 김형완 병원장이 취임하고 나서부터는 이러한 모습은 없어졌다. 영암병원의 의료환경이나, 장비 등의 이유로 치료가 불가능한 뇌경색이나 고급 장비가 필요한 응급수술환자들을 제외하면 되도록 영암병원이 책임 의료를 하고 있다. 병원이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동안 영암병원이 그렇게 못했던 기본적인 병원의 역할을 수행하다보니 영암병원을 바라보는 지역의 관심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해 영암병원을 떠났던 환자들이 조금씩 병원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영암병원은 큰 성과를 이뤘지만 나름의 고민거리는 있다. 인력 부족이 바로 그것.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더 채용하고 싶어도 병원이 시골에 있다 보니 채용할 수 있는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 또한 병원이 더욱 확고히 자리를 잡아간다면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병원직원들의 설명이다.
김형완 병원장은 “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영암병원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믿음이 지금의 영암병원을 만들 수 있었다”며 “환자의 눈높이에서 환자들이 믿고 찾아올 수 있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