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언론협동조합 대표이사 박 웅

나락가격이 30년 전 가격으로 대폭락한 가운데 중만생종 수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농협의 임직원, 공무원들에게 30년 전 월급으로 생활을 꾸려가라고 한다면 그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제 안타깝게도 이런 말들은 이미 식상한 비유가 되어 버렸다. 우리 사회 전반에 농업을 천시하고 농민을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나락가격 폭락문제는 온전히 농민들만의 아픔으로 묻히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영암에서 전동평 군수와 박영배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들의 정치적 결단으로 30억 원이라는 큰돈이 마련되어 나락값 폭락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정도 규모의 예산이면 정치인들이 1년 내내 민원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하여 자신의 표를 관리 할 수 있는 큰돈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관행을 혁파하고 어려운 농민들을 위해 새로운 모범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 예산이 마련됨으로써 농협통합RPC 이사회에서는 사후정산제 우선지급금을 33,000원에서 35,000원으로 상향 조정하여 나락가격 폭락의 최후 마지노선을 만들었고, 대농을 중심으로 건조보관능력이 있는 농가가 나락을 말려서 건벼로 보관해 두면 전량수매를 해주겠다는 방침에 따라 홍수출하 조절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문제점은 8개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안일한 상황인식과 최고 경영자로서의 무책임한 태도에 있다. 영암군농민회를 중심으로 한 농업관련단체들은 나락가격이 크게 폭락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지난 추석 이전부터 대책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여 두 차례의 공청회와 전국농민대회 진행, 차량과 현수막 선전물 신문광고 등을 통한 홍보, 정치인들과의 간담회, 벼재배 농가 총회 등을 개최하여 30억 원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조합장들은 촌분을 다투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휴일과 연휴를 다 찾아먹어 가며 농업관련단체들의 간담회 요청을 회피하거나 차일피일 미뤘다.
더욱 개탄스러운 일은 지난 10월 4일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영암군 쌀산업 발전 종합대책마련을 위한 2차 공청회’에서 영암군농민회가 혈세 15억 원을 농협 적자해소 용도로 쓰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건 3가지 요구사항에 대해서 조합장들이 10월 11일 회의를 통해 마련한 답변이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점이다.
사후정산제 우선지급금 35,000원 상향조정과 농협통합RPC 1명 이상의 인원감축 문제는 전격적으로 수용했는데 마지막 요구사항이었던 조합장들의 성과연봉 일부 반납문제에 대해서는 ‘조합장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고, 전국의 다른 조합들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 파장을 감당해 내기가 만만치 않고, 주변에서 조합장들이 농업관련단체들의 요구에 너무 끌려 다닌다는 비판여론도 있어서 ‘양해를 해달라’고 조합장들의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2015년산 나락문제로 농협통합RPC의 적자가 20억 원을 넘어섰고, 지역농협들도 자체매입량 적자문제로 2016년도 흑자결산 자체가 어렵다고 죽는 소리를 하면서 ‘조합장들의 자존심’ 때문에 혈세 15억 원을 쓰기 위한 전제조건을 일부 수용하기 어렵다니 이 답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결국 조합장들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자기 주머니에서 돈 빠져나가는 것은 못하겠다는 소리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그래서 조합장들에게 한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정 자존심이 상하고 여러 가지 문제로 걱정이 된다면 농업관련단체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혈세인 15억 원을 쓰지 않기로 결의하면 될 일이다. 나락값 폭락의 근본적인 원인이 중앙정부에 있지만 지역농협의 최고 경영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은 져야할 문제이기에 성과연봉의 전액도 아니고 일부만이라도 반납하기를 요구했던 것이고, 혈세인 세금을 쓸 명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조합장들에게 자리를 깔아 주었건만 스스로 이런 판을 깨뜨리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본인들 입으로 지난 조합장 선거 때 무엇이라고 말을 하며 선거운동을 했는지 초심으로 돌아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