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택시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현재 읍·면 단위로 정해진 사업구역을 군단위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에 따르면 군에 등록되어 있는 택시면허 대수는 총 153대이다. 이중 영암이 43대로 가장 많고 삼호읍이 22대, 신북 17대, 학산 16대, 군서 13대 등으로 뒤를 잇고 있다. 이는 1983년도부터 읍·면단위로 택시사업구역을 정하고 30여년 째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쉽게 말하자면 지역에서 가장 많은 택시면허대수를 나타내는 영암읍에 등록된 택시는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라고 하더라도 영암읍 권역에서만 운행이 가능하다. 반면 삼호읍은 2만여명에 달하는 인구가 22대 뿐인 택시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에서 전남도만 면단위까지 택시 면허가 세분화 되어 있는 것으로 완도나 신안 등 섬지역이 많은 지역의 여건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고 무안이나 나주 등 상당수의 지역들이 군단위로 일원화하는 추세이다.
지난 4월말 기준 영암읍 인구는 8천957명과 비교해 택시는 44대가 등록돼 택시 1대당 수송인원은 208.3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호읍 인구는 4월말 기준으로 2만2천406명인데 반해 택시 등록대수는 불과 22대 수준으로 택시 1대당 수송인원 1천918.45명으로 집계돼 영암읍의 10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80년대 당시에는 영암읍이 영암에서 가장 중심 지역이었고 삼호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었던 탓에 이같은 사업구역이 유지되었다고 하더라도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90년대부터 현대삼호중공업과 대불산단이 활황기를 맞으면서 삼호 인구가 크게 늘어난 반면 타 지역에서는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택시 사업구역 일원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가 됐지만 30여 년 동안 제자리만 걸었다.
물론 이러한 문제로 택시사업구역 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 7월 택시업계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사업구역 일원화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당시 개인택시 영암군지부가 개인택시와 회사택시를 대상으로 사업구역 일원화를 위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개인택시의 경우 72.8%가 찬성했고 회사택시 11곳 가운데 2곳(삼호, 신북)을 뺀 나머지 9곳이 찬성해 사업구역 폐지에 대한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삼호읍 택시업계의 반대로 유야무야 됐다.
문제는 이러한 택시사업구역은 조례나 법령에 따른 것이 아닌 택시업계 스스로 정한 관행이라는 점이다. 지난 2012년 11월 23일 개정된 여객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 10조 (택시운송사업의 사업구역) 1항을 보면 “일반택시운송사업 및 개인택시운송사업(이하 ‘택시운송사업’이라 한다)의 사업구역(이하 ‘사업구역’이라 한다)은 특별시·광역시·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 또는 시·군 단위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단, 10조 2항에서는 “시·도지사는 제 1항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지역여건에 따라 사업구역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시·도지사는 별도로 정하려는 사업구역이 그 시·도지사의 관할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관련 시·도지사와 협의하여야 한다”고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지역주민들의 편의라는 전제가 있어야만 군 단위가 아닌 다른 방식의 택시사업구역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현행법상에서도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 군 단위로 택시사업구역을 정하게 되어 있지만 오래된 관행을 예외 법규에 접목시켜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남도가 택시의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오는 2019년까지 시행되는 택시 감차제를 위해서라도 택시사업구역 일원화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관계자 등의 설명이다. 가령, 상대적으로 면허등록대수가 적고 경영난이 심각한 소규모 면 지역의 택시들이 일제히 감차를 신청할 경우 특정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택시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감차에 대한 보상비 등이 실거래가에 비해 턱없이 적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60대 이상 운전자가 많은 소규모 지역 택시사업자들의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지역민들의 편의 등을 위해서라도 택시사업구역 확대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 주체인 영암군의 입장은 애매모호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여객운수사업법 제 2항에 따라 주민들의 편의에 따라 사업구역을 읍·면 단위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데다 조례나 기타 법령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아 행정기관이 사업구역 일원화에 대한 정책적 결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구가 많은 삼호읍 택시업계에 대한 기득권 봐주기 아니냐는 부정적 눈초리와 함께 이러한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군이 관망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사업구역 문제를 공론화를 부치거나 양측을 모아놓고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중 하나인 다음 아고라에서는 지난 4월 12일부터 영암택시군내통합서명운동(삼호택시기득권운동)이 진행돼 122명이 동참하는 등 택시사업구역일원화에 대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주민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30여년 동안 관행이 법 위에서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군이 행정편의상 정해놓은 테두리에서 특정 업체들의 기득권을 봐준 것 아니냐”며 “대다수의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조례를 제정해라도 구태의연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