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부터 6학년까지 60여명 참여…최상의 하모니 연출

방과 후 조용한 독천초등학교에 웅장한 오케스트라 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진다. 서양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멋진 합동 연주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뭇 실력이 좋다.
독천관에 들어서니 수많은 아이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생소한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연주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진지함과 열정이 가득하고 드럼·실로폰의 연주를 바탕으로 번쩍거리는 금관 악기의 웅장한 나팔소리, 그리고 플루트의 청명한 소리까지 수많은 악기들이 일심동체가 돼 멋진 어울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삼삼오오 모여 어울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때묻지 않은 활달한 초등학생들이다. 바로 독천초등학교 ‘예술 꽃 씨앗학교’ 오케스트라부다.
‘예술 꽃 씨앗학교’는 문화예술 소외지역의 소규모 학교에서 아이들이 접하는 문화의 폭을 넓히고자 15년부터 18년까지 4년간 문화체육관광부·한국 문화예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사업이다.
독천 초등학교의 교사들이 합심해서 노력한 끝에 정부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이 공모에 최종 선정되는 값진 결과를 얻었고, 그에 힘입어 현재 독천 초등학교 오케스트라부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 60여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음악 부로 자리매김했다. 심지어 특수반에서 교육을 받는 아이들까지 ‘마라카스’라는 이름도 생소한 악기를 열심히 연주하는 모습에서 서양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오케스트라 부가 순탄한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아이돌 음악에 익숙한 아이들이 서양음악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접했을 때 처음에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부 몇 학생이 방과 후 활동을 기피해 학원 등을 핑계로 하지 않으려 했고, 합주의 성과도 높지 않았다. 게다가 학부모들은 학업에 지장이 있을까 하는 우려를 가져 반대도 심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새로운 음악과 귀한 악기를 다루는 흔치않은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교사들의 설득과 다독임 속에 현재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 서양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참여를 기피했던 몇 학생들도 ‘이제는 다른 종류의 새로운 악기도 배워보고 싶어요’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고 또, 내년에 졸업하는 한 학생은 드럼연주에 재능을 보여 졸업 후 중학교 진학도 음악계 쪽으로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 각 반 담임교사들의 말이다.
이제는 아이들 뿐 아니라 교사들도 자체적으로 클래식 감상 및 연구동아리를 주 1회 가지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우쿨렐레 동아리를 운영 하는 등 이제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서양 음악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오케스트라 부의 서양 음악 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단순히 악기를 연주해보는 활동을 넘어 피아노공연, 뮤지컬공연, 타 오케스트라 공연 등, 서양 음악에 관련된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는 시간을 가져 음악을 느끼는 시야를 더욱 넓히고 있다.
오케스트라 부를 담당하는 김채은 교사는 “이제는 아이들이 TV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시청할 때, ‘내가 연주하는 악기소리가 지금 나오고 있어요’라고 자신이 담당하는 부분의 음악소리를 잡아낼 정도다”며 아이들의 음악적 성장에 기쁨을 표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 교과 과정인 리코더 연주 때는 아이들이 알아서 화음을 맞춰 합주를 하고, 타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은 입으로 드럼 소리를 내 함께 어울리는 등, 독천초 오케스트라 부는 새로운 학급 문화까지 조성하고 있다.
독천초는 단순한 음악부를 넘어 학교 전체에 많은 변화를 주고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하는 이 오케스트라 부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라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오케스트라 부의 정부 지원기간은 2년여가 남은 상태다. 4년 동안 산정된 총 지원 금액은 2억 7천300만원으로 지원기간이 끝나면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독천초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해 자체적으로 지역사회와 손잡고 이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독천초 오케스트라부는 예술 특성화 학교처럼 전문 음악가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교사·학부모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꽃피고, 자라나는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이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만큼은 여느 예술학교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