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넘게 농사를 지었지만 이렇게까지 흑수 피해를 본 기억은 없어요”

논의 약 80%에 흑수피해를 입었다는 농민 A씨 한숨이다.

지난달부터 연이어 들이닥친 제8호 태풍 바비, 9호 태풍 마이삭, 10호 태풍 하이선 등 3개 태풍이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낳았다.

낟알이 여무는 벼 출수기에 연이어 몰아친 태풍 탓에 지역 내 수많은 농가가 흑·백수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특히 검게 변색되는 흑수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분을 많이 머금은 강한바람에 의해 주로 일어나는 흑수피해는 간척지가 많은 삼호읍과 미암면, 시종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영암군에 따르면 현재 집계된 흑·백수 피해는 총 4401㏊로 백수 피해 20㏊를 제외한 4381㏊가 흑수 피해이며 이는 지난 14일 기준 전남도내 흑수피해 집계수치 1만8387㏊의 약 24%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현재 영암군은 전남도에 피해규모조사 연장을 신청한 상태로 조사가 연장될 경우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암면의 한 농민은 “큰 피해를 걱정했던 태풍들이 다행히 조용히 넘어갔구나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흑수피해가 커지다보니 답답한 마음”이라며 “자식 같은 벼가 까맣게 말라가는 것을 보고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여러 번 약을 살포하기도 했지만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죽어만 가는 논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군 관계자는 “유례없이 긴 장마와 집중호우, 3차례 잇따른 태풍의 영향으로 극심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며 현재 지역 전 농가들을 대상으로 태풍 피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조사가 마무리되면 상위기관에 복구지원요청을 하고 농가에 신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흑·백수 피해 외에도 현재 지역 내에서는 일부 벼 종자들을 중심으로 세균성벼알마름병 피해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자전염을 하는 세균성벼알마름병은 올해 여름이 고온다습했던 탓에 엽초 등에서 잠복하던 병원균이 출수기에 집중 발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암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세균성벼알마름병은 발병하면 손을 쓸 수 없는 만큼 병이 관찰 된 필지에서 생산된 벼는 종자로 사용을 금지하고 종자는 건전한 것을 사용하되 염수선, 온탕침법 및 건열처리를 해야 한다”며 “약제방제는 본답초기에 적용 약제를 살포하고 출수기에는 목도열병과 동시에 적용되는 약제를 살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