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학생들 곁에 남아 지팡이 될 것”

영암여고 강금초 교사
[2020년 6월 5일 / 제272호]
노경선 기자l승인2020.06.05l수정2020.06.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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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암에살다
지난해 영암군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여성의 성장과 안전, 행복이 보장되는 곳’이라는 뜻의 여성친화도시. 영암 속에서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펐던 그녀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영암여고에서 만난 강금초 교사는 단정한 단발머리에 깔끔한 첫인상을 주었다.

영암읍 망호리가 고향인 강금초 교사는 57년 인생을 영암과 함께 해 온 말 그대로 토박이다.

강 교사는 지난 1985년 스물 둘 어린나이에 영암여중으로 부임, 2005년 영암여고로 적을 옮긴 후 지금까지 생명과학 교사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매일 야근과 잦은 주말업무를 감당해야해 교사들의 기피 1순위 보직인 ‘고3 담임’을 15년 간 11번이나 맡을 정도로 성실함의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다.

“여건이 되니 할 수가 있는 거죠. 야간자율학습에 진로지도에 정신없이 일 해야 하는 고3 담임을 누가 선뜻 하려 하겠어요. 또 다른 의미의 봉사라는 생각으로 하는 거죠. 지금은 체력이 떨어져 1년은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3학년 아이들과 달리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강금초 교사는 자신의 성실함은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고 회상했다. 강 교사의 부모님은 여러 가지 교육정보를 접하기 힘든 농업에 종사하면서도 7남매 모두 광주와 서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보낼 만큼 교육열이 높았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셨는데 두 분이 주무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항상 새벽에 일어나 밭에 나갔다가 우리 7남매들 다 학교 보내시고는 다시 밭에 나가서 일을 하셨어요. 저녁에도 해가 져야 들어오셔서는 자식들 밥상에 잠자리까지 다 챙기고서야 쉬셨죠. 어려서는 힘드신데 왜 저렇게 열심히 일하시나 이해하기 힘든 적도 있었지만 그 성실함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줬죠.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자랐으니 7남매 모두 타지에서도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한 학생이 아닌 한 학년이 기억에 남는다는 강금초 교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었다.

“학생들이 다 똑같을 것 같지만 매 학년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와 특징들이 있어요.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있는데 아주 천방지축도 그런 천방지축이 없었죠. 영암여중에서 올라온 친구들인데 그 학년 담임배정부터 난관이었죠. 까불고 말 안 듣기로 워낙 악명(?)높은 아이들이라 담임을 맡겠다는 선생님들이 없었죠. 결국 한 반을 맡았는데 아이들과 투닥거리다 1년이 지나갔죠. 그래도 그때주고 받았던 정이 깊어서인지 지금도 스승의 날이나 특별한 날이 되면 그 친구들이 꼭 연락도 하고 선물도 보내주고 해요. 참 애증의 제자들이에요”

한때는 학생들 때문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는 강 교사는 시간이 지나며 본인의 자녀들을 키우다보니 이제는 그저 예쁘게만 보인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를 꺼냈다.

“예를 들어 ‘온라인수업과제를 오늘까지 제출하세요’라고 공지를 하면 새벽3~4시까지 연락이 와요. ‘아침에 제출해도 되지 않았니?’하고 물으면 ‘오늘까지 제출하라고 해서 지금까지 공부하고 보냈는데 뭐가 문젠가요?’라는 답이 돌아와요. 요즘 아이들의 사고가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비단 영암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죠. 어른들의 교육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은퇴 후에도 지역에 남아 아이들 곁에 있고 싶다는 강금초 교사는 진로지도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영암의 열악한 진로지도 수준을 한 층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싶다는 것이다.

“도시지역과 우리 영암을 비교해 보면 모든 시스템이 낙후돼 있죠. 그 중에서도 교육, 특히 진로지도 분야는 심각한 수준이에요. 목포와 나주 등 도시권에 진로지도 봉사를 가기도 하는데 학생들의 마인드부터가 달라요. 앞으로의 목표설정과 그에 따른 학습방향, 본인의 수준에 맞는 전공과목과 대학교 선정 등 벌써부터 많은 준비가 돼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우리 지역의 아이들은 조금 더딘 면이 있죠. 앞에서 이끌어줄 부모님의 능력이 중요하기도 한데 농사지으시는 부모님들이 고급교육정보를 어디서 얻겠어요.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되면 여러 부분에서 혼란을 겪는 아이들이 많아요. 안타깝죠. 누군가는 왜 아직도 관리직급을 맡질 않느냐 묻는데 전 관리자로서의 욕심은 없어요. 관리자로서 자리만 지키는 교사이기보다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보와 도움을 하나라도 더 줄 수 있는 전문적인 선생님으로 남고 싶어요”

교편을 잡은 지 어느덧 35년 5개월. 정년퇴임을 5년 앞 둔 강금초 교사의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노경선 기자  demat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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