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연시와 크리스마스 연휴가 다가오고 있지만 거리에는 이를 즐기는 인파는 물론 흔한 크리스마스 장식물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등 연말과 성탄연휴 분위기가 실종됐다.

엄밀히 말하자면 실종이 아니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7일 오후 8시 영암읍의 중심가인 오거리 일대에는 평상시와는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일찌감치 문을 닫은 상가에서부터 이제 슬슬 문을 닫고자 물건을 안으로 들이는 상인들의 모습만 보일 뿐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는 갑작스럽게 내리는 날씨 탓과 경제불황의 여파도 있지만 영암에서는 오래전부터 익숙한 모습이라는 것이 지역민들의 이야기다. 

주민 박모(33)씨는 “영암에서 10년 넘게 살았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껴본 기억이 전혀 없다”며 “아무리 시골이라고 해도 이렇게 연말연시가 조용한 지역은 영암 뿐 인거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한 상인은 “사람 한 명 돌아다니는 것도 보기 힘든데 무슨 특수냐”라며 “더 오래한다고 해서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전기세라도 아끼려고 얼른 문 닫는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은 이같은 문제에 대해 지역차원의 이벤트나 행사 부재를 꼽았다. 상가는 둘째치더라도 성탄절과 연관이 높은 사회·종교 단체마저도 이렇다할 활동이 없다보니 이러한 지역적 분위기가 고착화 됐다는 것이다.

특히 비슷한 종교 행사인 부처님오신날 등과 같은 경우에는 지역 곳곳에 연등을 설치하고 연등축제 등을 개최하는데 유독 크리스마스에는 성탄트리 점등식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이벤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안 남악지구의 경우 지난 10월 열린 영드림 페스티벌에서 사용한 전등을 고스란히 활용하고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설치함으로서 지역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반해 영암은 이렇다할 볼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매년 고요하고 조용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는 주민들의 한탄 섞인 목소리이다.

한 주민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다가왔지만 영암은 언제나처럼 조용하다”며 “사회단체 행사에 보조금만 지원해줄 것이 아니라 모든 군민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부분에 예산이 쓰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