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버스터미널은 각 읍·면, 독천·목포 방면을 운행하는 군내버스와 광주, 서울, 강진·장흥·해남을 운행하는 고속버스가 있어 이를 이용하는 승객은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난 6일, 영암버스터미널 안으로 들어섰을 때, 군내버스 플랫폼 입구에 걸린 현수막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교통카드 및 현금승차 절대 금지, 군내버스 고객님께서는 반드시 승차권을 구입하셔야 합니다(위반시 승차거부가 되오며 군내버스 승무원께서도 협조 바랍니다)’
현금과 함께 편리한 교통카드 사용이 늘어나는 시대에 이게 무슨 궤변일까?
때마침 금정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 노인 한 명이 승차권을 발권하기 위해 매표소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 버스는 시간이 돼 시동을 걸고 곧 출발하려는 태세를 보였다. 사실 그 노인은 요금 1200원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었기에 매표소에 가지 않고도 바로 요금을 낼 수 있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현수막을 내걸은 후로 버스 기사들은 버스표나 버스카드만 요구하며 승차 거부했기 때문에 번거롭게 매표소를 거쳐 발권해야만 했던 것.
신북 방면 버스 승차권을 구입한 한 승객은 “현금이 있을 때는 현금을 내고, 잔돈이 없을 때 교통카드를 대신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5천 원짜리 잔돈을 바꾸러 매표소로 향할 때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버스터미널 관계자는 승객들에게 이와 같은 불편함이 생겨난 것은 영암버스터미널과 버스회사 양측 간의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암버스터미널은 점점 감소하는 인구와 버스 상권 쇠퇴가 맞물려 버스 회사에게 터미널 사용에 따른 10.5%의 수수료를 받고자 ‘교통카드 및 현금승차 절대 금지’라는 현수막을 내걸게 되었다.
하지만 두 곳의 버스회사 운전원은 “현수막에는 위반 시 승차거부가 되도록 적혀 있지만, 승차권을 구입하지 못한 승객들에 한에서는 현금과 교통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며 “터미널 안이 아닌 일반 승강장에서는 교통카드와 현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경고성 문구처럼 보이는 현수막을 내걸고 서로 ‘수수료 문제 탓’이라며 일관하는 버스터미널과 버스회사. 그리고 실질적으로 터미널 안에서만 현수막의 내용을 지키고 터미널 밖에서는 지키지 않는 모순된 사실.
영문도 모른 채 애꿎은 승객들만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