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집집마다 언제 심었는지 모르게 화단에 흔하게 피는 화초가 있다.
‘나를 건드리지 말아요’ 라는 꽃말을 가진 이 꽃은 ‘봉황(鳳凰)’을 닮아 그 자태와 색깔도 곱지만 몸에 약이 되고, 예로부터 귀신을 쫓고 병마를 막아준다는 속설이 있어 백반과 섞어 찧은 다음 손톱에 올린 후 호박잎, 피마자잎, 헝겊 등으로 감아 물들이는 데 사용하는 풍속이 있다.
흔히 ‘봉숭아’라고 부르는 봉선화에 대한 얘기다.

지난 7일, 환경교육 연구학교인 서창초등학교(교장 김중섭)에서는, 학생들이 교내에서 직접 심고 가꾼 봉선화를 채취해 ‘봉선화 꽃물들이기’ 체험 행사를 했다.
교내 도서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전교생이 모인 가운데 유치원·저학년과 고학년으로 팀을 나눠 5~6교시에 걸쳐 진행했는데, 체험을 들어가기에 앞서 정춘란 교감의 봉선화에 대한 설명과 지도 교사의 ‘봉선화 꽃물들이기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후, 아이들은 막자사발에 담긴 봉선화를 향해 “봉선화야, 미안해, 고마워, 빌려 갈게, 빌려 가게 해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외치며 자연에서 얻은 봉선화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생태 환경의 소중함을 마음속에 새겼다.
‘꽃물들이기’가 시작되고 여기저기 막자사발의 명반과 봉선화를 막자로 짓찧는 소리가 쿵쿵 울려 퍼지고, 힘이 부치는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들이 함께 도왔다.
몇 분에 걸쳐 봉선화 꽃잎을 다 찧은 후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손톱에 붉은 물을 머금은 꽃잎을 올리고, 서로 정답게 옆 친구의 손톱에도 올려주며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봉선화 꽃잎이 올려진 조그만 열 손가락을 비닐로 꽁꽁 싸매는 과정까지 마쳤을 때, 두 손을 활짝 펴 쳐다보며, 예쁘게 물들어 있을 자신의 손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른 친구들보다 꽃물 들이기가 먼저 끝났던 김지아(서창초·1년) 어린이는 “(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손톱이 간질거려 못 참겠어요. 하지만 예쁘게 물들여지라고 집에 갈 때까지 꾹 참을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자연에서 늘 많은 것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당연시 여겨 소중함을 잊고 지나갈 때가 많다. 그러므로 서창초등학교의 봉선화 물들이기와 같은 체험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자연물에 대한 감사와 중요성을 인식시켜주고, 나아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적인 정서를 함양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