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은 찬바람이 불면 문풍지를 새로 교환할 때 뜯어낸 종이들을 그냥 버리지 않고, 물에 깨끗이 씻고 삶아서 찹쌀가루와 섞어 절구에 찧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 후에 물감과 반죽해 그릇틀을 만들어 함지박과 대야, 씨앗통으로 다시 사용하곤 했다.
이러한 선조들의 정신을 담아내어 새롭게 탄생한 종이공예전이 ‘아리들의 종이이야기’란 주제로 왕인전통종이공예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동안의 전시와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이번 전시는 종이작업을 처음 접해보는 학생들로 구성된 순수 작업자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문가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영역으로 인식된 전시문화에 일반 대학생들이 동참하여 공간을 구성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으며, 기성작가들의 시각과 차별화된 젊은 감각으로 풀어낸 종이공예라는 면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와 종이공예와의 조우를 통해 전통문화의 계승과 현대화를 모색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통적인 기법을 사용하여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내었기에 전통문화 계승과 현대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예상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작품으로는 꽃의 순수한 생명과 가치를 담은 작품명 ‘꽃’, 뭉크의 절규를 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절규’와 학생 자신이 스님이라 동자승을 표현한 작품이 눈여겨 볼 만하다.

오석심 왕인전통종이공예관장은 “버려진 종이들이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는 등 작고 하찮고 조그만한 것들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자는 바람에서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며 “젊은 학생들이 버려진 종이를 가지고 각종 예술작품을 만들고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해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오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