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전 16세라는 약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미쓰비시 탄광에 끌려가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은 한 퇴직교사의 강제징용의 경험담이 고스란히 담긴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책이 출간했다.
지난달 28일 이제 막 발행을 마친 책을 들고 영암을 찾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상임대표의 얼굴에는 정부마저도 내팽개친 강제징용 피해를 시민단체의 힘으로 그 때 당시의 실상을 고발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가 편찬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특히 이 대표는 이번 수기의 주인공인 이상업 옹의 고향이 영암으로 1948년 영암남초등학교를 시작으로 1994년 덕진초등학교 영보분교 정년퇴임까지 33년 동안 교단에 있었으며, 현재 월출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고향 영암읍 망호리에 살고 있다며 이번 수기가 단순히 일제시대의 강제징용에 대한 고발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당시의 영암의 이야기이자 영암의 역사의 한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강제징용에 대한 피해자의 실상이 인터뷰나 구술집 형태로 소개된 적은 있었으나 이번 수기처럼 피해자 본인이 직접 쓴 체험 수기는 매우 귀한 편으로 지역 향토 역사자료집으로도 활용가치가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에는 노예와 다름없었던 징용자들의 비참한 삶,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민중으로서의 고통과 설움이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생사의 갈림길에서 느끼는 한 인간으로서의 본원적 욕구, 고향 영암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행간마다 짙게 묻어 있어 일제 강제 징용의 처참한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한편, 당시의 시대 상황을 살피는데도 귀한 역사적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국언 공동대표는 “이번 수기는 단순히 책을 팔고자 하는 것 보다는 일본 제국주의 실상을 기억할 수 있는 세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 때의 참상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발간한 것이다”며 “이상업 어르신이 영암사람으로 영암사람이 겪었던 일제강점기의 피해실상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서라도 지역에서 더욱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책 구입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상임대표(062-365-0815, 010-8613-3041)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