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걸음마를 뗀 아이부터 백발이 무성한 할아버지까지, 수백 개의 촛불로 뒤덮인 군청 앞 광장은 24일 세대와 계층, 종교를 넘어선 축제의 장이 됐다.
‘박근혜정권 퇴진 영암운동본부’가 주최한 ‘박근혜정권 즉각 퇴진 영암 촛불 집회’에는 체감온도가 영하권을 기록하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행사 전부터 수많은 지역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집회에는 정치인과 농민, 노동자, 종교인, 지역사회단체 구성원은 물론 직장인, 수능을 마친 수험생, 지역 중·고생,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정주부 등 세대와 계층을 넘어 ‘박근혜 퇴진’, ‘당장 내려와’를 외쳤다. ‘이게 나라냐’, ‘국민의 명령이다. 퇴진하라’, ‘방 빼’ 등 손 피켓도 눈에 띄었다.

오후 6시가 되자 주최 측에서 예상했던 200여명보다 많은 700여명의 지역민들이 몰린 가운데 개회선언과 묵념 등으로 촛불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집회가 진행되는 시각 영암지역 날씨는 영하권을 기록했다. 찬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았지만 집회에 참여하는 군민들의 숫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게 늘어나 어느새 군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다. 농민, 학생, 지역사회 단체 관계자 등이 단상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칠 때마다 그동안 가슴 속에서만 수십, 수백 번 되뇌던 울분의 함성으로 답하며 국정농단의 장본인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촉구했다.
특히 집회에 참석한 군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노랫말이 반복되는 ‘헌법 제1조’와 ‘서동요’처럼 아이들도 따라 부르고 있다는 ‘하야가’ 등을 함께 부르며 축제 같은 집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축제 같은 분위기는 학생들까지 참가한 자유발언 무대로도 이어졌다. 한 주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돌려주기 위해 박 대통령은 퇴진하라”를 외쳤다. 이에 참석자들도 “하야하라”를 외치며 화답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금까지 목포나 광주에서 촛불을 들었는데 영암에서 촛불을 들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해봤다”며 “이러한 역사적인 날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박 대통령이 헌법을 존중한다면 국민의 뜻을 받들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정권 퇴진 영암운동본부 공동대표들은 단상에 올라 “이게 나라인가 국민의 탄식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매일 같이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외치며 백만이 넘는 국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지만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물러나길 거부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지난 20일 검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혐의는 심각한 수준으로 모든 혐의에 있어 박대통령은 최씨 일가의 국정농단을 방조하고, 재벌들을 겁박해 돈을 뜯어내며 최씨 일가의 배를 불려주는 등 공동정범이자 주범이다”며 “이는 조폭들이 하는 짓과 다름이 없고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뇌물 수수혐의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박대통령과 청와대는 ‘상상과 추측으로 환상의 집을 지었다’면서 오히려 검찰수사를 거부하고 탄핵 할테면 해보라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며 “우리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 마지막 관용을 거부한다면 박근혜정권 퇴진 영암운동본부는 영암군민들과 국민들의 뜻을 모아 현 정권 퇴진을 위해 완강하고 지속적으로 투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공동대표들은 박근혜 정권의 즉각 퇴진과 검찰이 박대통령을 피의자로 소환해 뇌물죄로 처벌하고 관련할 것,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동정범 새누리당의 즉각 해체, 야당은 국민요구를 받들어 박 대통령 즉각 퇴진투쟁에 총력을 기울일 것 등을 요구했다.
약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번 집회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 그의 뒤에 서서 이권을 챙긴 세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지만 집회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밝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농민회에서 후원한 쌀로 빚은 가래떡과 영암지역자활센터에서 계피차를 준비했고, 한 학원에서는 핫팩을 준비해 추위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끝으로 촛불집회가 폐회된 뒤 참석자들은 군청 앞 광장을 시작으로 영암읍내를 행진하며 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을 뜨겁게 불태웠다.
한편 박근혜정권퇴진 영암운동본부는 박근혜 퇴진의 지역적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다음달 2일 삼호읍에서 2차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