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기자 이 성 빈

영암은 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한다. 외지인들에게 영암을 소개할 때면 ‘역사와 전통’이 빠지지 않는다.
영암은 문화 콘텐츠가 많다. 하지만 문화도시라고 불리기는 부족하다. 그나마 왕인박사를 소재로 한 영암왕인문화축제를 제외하면 여타의 역사·문화 콘텐츠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왕인박사 또한 축제 때만 반짝 외지인이 유입되는 정도로 왕인박사유적지는 아직도 지나가는 길에 들리는 장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암은 관광상품을 역사와 문화재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고 잘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재미’가 없다보니 여러번 찾는 관광도시는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잡을만한 재미가 없는 것을 지적한다.
이번에 열린 ‘마한축제’도 마찬가지이다.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고 살펴본 결과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은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1000여명 안팎이었다. 군에서 추산한 관광객은 5000여명이었다. 설사 5000여명의 관광객이 시종 마한공원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성공한 축제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번 마한축제에 투입된 예산은 8000만원이다. 하지만 예산대비 효과는 그만큼의 몫을 했는지는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행사가 열리기 수일 전부터 대대적으로 초대장을 보내고 홍보 리플릿 제작해 뿌렸지만 대부분의 행사장이 텅텅 비었다. 결국 이미 홍보단계에서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무엇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시종주민들과 마한축제추진위에 소속된 상당수의 주민위원들이 이번 축제를 위해 흘린 노력과 땀방울을 비하할 순 없다. 다만, 주도적으로 행사를 기획한 행정기관과 단체는 철저한 반성과 그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
이번 마한축제는 그동안 무수한 축제들을 통해 지적돼오고 비판이 되어왔던 ‘백화점식 축제’의 진수를 선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마한의 역사를 재조명하고자 했던 축제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례로 도전! 마한벨퀴즈나 길놀이 및 풍물공연, 살풀이춤, 난타, 에어로빅 공연 등 이미 지역의 축제에서 셀 수도 없이 선보인 행사였다. 그만큼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만한 프로그램이 색다른 행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마한축제와 연관성을 찾기도 어려웠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행사 기획단계에서부터 어긋났다고 입을 모은다. 행사를 기획한 주최 측에서 축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 없이 진행되다 보니 차별성을 떨어트렸고 비효율적인 예산집행과 행정 편의적인 축제추진도 이런 부정적인 면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마한축제와 같은 경쟁력 없는 축제는 제고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마한역사가 재조명을 받고 있고 마한이라는 소재를 두고 인근 도시인 나주와 경쟁을 하고 있는 마당에 축제를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28일부터 30일까지 나주시에서 제 2회 마한 문화축제가 개최함에 따라 비교는 불가피하게 됐다.
결국 변화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축제의 기획부터 집행 단계까지 일부 문화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각양각색의 전문가 집단과 주민이 어우러진 축제로 바뀌어야만 이번과 같은 실패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