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투성이’ 설문 결과 공표…지역민 ‘갈등’ 부추겨

미등록·활동전무 포럼단체, 지역 실태조사 발표
지역민들, “매우 편향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조사”
포럼 관계자, “조선대 교수가 자문해…문제없다”
[2022년 7월 15일 / 제376호]
강용운 기자l승인2022.07.20l수정2022.07.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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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와 영암군에 민간단체나 법인 등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고, 활동이 아예 없어 지역민들조차도 거의 알지 못한 한 포럼단체가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설문조사를 공표하면서, 군민들의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으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지난 3일 영암문화포럼(이하 포럼, 강병연 상임대표, 홍성주 사무국장)은 ‘영암군 생활실태 조사 결과 및 당면현황과 미래발전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월에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지역 언론사들에게 배포했다.
포럼은 영암군의 현안 문제를 중심으로 48개의 문항을 질문했고, 유효 응답 340명(영암읍 86명, 삼호읍 24명, 신북면 36명, 미암면 35명, 학산면 32명, 금정면 28명, 시종면 24명, 서호면 24명, 덕진면 22명, 군서면 17명, 도포면 12명)을 통계처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럼이 배포한 설문조사가 일부 지역 언론들에 보도되면서 지역사회가 크게 분열되는 양상을 띄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공공도서관 이전 문제, 영암읍 중·고교 통합, 영암군민속씨름단 존폐 여부 등을 묻는 일부 민감한 문항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급속히 들끓고 있다.

주민 A씨는 “거주지역·연령대·성별 등도 고려하지 않은 채, 조용히 설문조사를 진행해서 340명을 표본집단이라고 누가 정의할 수 있단 말인가. 객관적이지 못한 설문조사를 마치 군민의 의견인 마냥 여론몰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전문조사기관도 아닌 곳에서 설문의 질문방식이나 선택지를 통해 의도한 결과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주민 B씨도 “설문조사 대상자나 설문 내용부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아주 편향적이었고, 누가봐도 답을 정해놓고 문제를 만든 것으로 알 수 있다”면서 “지역민들과 씨름단이 정치놀음의 희생양이 돼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주민 C씨는 “자초지종의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생략된 채 실시한 조사의 결과는 신뢰를 얻을 수도 없고 얻어서도 안 된다”면서 “질문에 답한 사람들이 현안과 실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답했는지가 중요한 문제이지 않겠느냐. 상식적인 기준으로 설문의 결과는 지역사회의 의식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준 이하였다고 생각한다”고 분개했다.

이 가운데 영암군민속씨름단 운영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SNS 등을 통해 공개적인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2-8번 문항 ‘영암군민속씨름단 운영이 영암군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도움이 안된다’가 41.8%였고, 2-9번 문항 ‘영암군민속씨름단의 영암홍보 효과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효과가 적다’는 응답이 42.9%를 차지했다. 설문조사대로라면 지역민들은 영암군민속씨름단 운영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우세한 것이다.

이어 추가적인 질문으로 ‘홍보 효과가 적은 편이라면 향후 씨름단 운영은 어떻게 하면 좋겠냐?’에 45%가 ‘주민 공론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된다’고 선택했다.
특히 답을 정해놓은 2-9번 문항의 추가 질문 항목인 ‘홍보 효과가 적은 편이라면’은 이미 부정적 문항을 정해 놓은 정황이 보인다는 지역사회의 여론도 나왔다.

최근 영암읍에 거주하는 이경재 씨는 ‘영암군 민속씨름단 지역발전에 도움 안돼’라는 지역신문 기사를 보고, 본인 계정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암군민속씨름단 관련 설문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씨는 “질문부터가 잘못됐다. 도움된다. 안된다로 물어보는 것 자체가 편가르기이고 이기적인 질문이다”면서 “장단점을 논해야 한다. 영암군 농산물 홍보와 더불어 지상파 방송을 통해 수개월간 영암군이라는 상품을 팔았던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제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암군의 이름으로 수많은 장사 타이틀을 따내고, TV와 유튜브를 통해 영암을 알려왔던 씨름단을 없애기 위한 포석은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여론몰이로 기분이 상해 한 마디 적었다”고 이야기했다. 

공공도서관 이전과 관련해서도 부실한 질문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영암읍의 주민 D씨는 “개인적으로는 현재 정해진 위치에 대해 만족하지도 않으며,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면서 “다만, 새로운 부지를 찾아 옮기겠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질문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만한 위치는 있는지, 부지매입을 위해 수십억원의 군비를 추가 지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새로운 부지를 선정해 옮기게 되면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돼 민선 9기 때나 완공될 것인데 알고는 있는지 등 기초적인 정보를 함께 제공했어야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나 부실한 설문조사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암문화포럼 관계자는 “당초에는 대면으로 서로 모여 분기별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 모일 수가 없었다”며 “어쩔 수 없이 군민들 현안을 알아보기 위한 이같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처음에는 읍·면별 인구분포별로 500매를 배포했지만 삼호읍이 적게 회수돼 375명 밖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조선대 교수를 통해 자문을 구하고, 표준 통계치를 내기 위한 적정선이 340명이었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설문조사 문항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조선대 교수의 자문을 구한 것”이라며 “자문을 한 조선대 교수가 영암 실정을 잘 몰라서 ‘이런 질문과 문항을 넣어도 되겠냐’는 물음에 동의해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강용운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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