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그렇잖아도 힘든 마당에 고라니까지 설쳐대니 버틸 수가 없어요”
시종면에서 월동배추를 경작하고 있는 농민 A씨는 고라니로 인해 농작물의 피해가 상당하다고 토로하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폭설과 지속된 한파로 먹이가 부족해진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의 출몰이 잦아지며 농작물 피해는 물론 지역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축사 주변에 흘린 사료를 먹기 위해 나타나 주민들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심어놓은 농작물들까지 파헤쳐 놔 농가들의 근심이 깊다.

포획활동을 펼치면 잠시 주춤한 듯하지만 사람이 길러낸 농작물이 야생의 먹이보다 훨씬 맛이 좋은 탓에 한 번 민가의 농작물에 입을 댄 야생동물 무리는 다시 나타나 이미 피해를 입은 농작물을 초토화 시킨다.

특히, 야생동물들의 개체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피해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영암 내 야생동물 피해 신고는 437건으로 2018년 140건, 2019년 389건 등 해가 갈수록 피해는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A씨는 “민가의 농작물을 한 번 맛본 멧돼지와 고라니는 그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며 “매일을 밤새워 가며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야생동물 때문에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암군도 유해야생동물 피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멧돼지, 고라니, 까치, 비둘기 등 유해야생동물 포획을 위해 30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피해방지단 5개 단체 총 24명에게 실탄구입과 수렵보험료, 포획보상금 등을 지원한다.

지난 2018년부터 본격 운영된 피해방지단은 운영 첫해 멧돼지와 고라니 등 유해동물 104마리를 포획했으며 2019년 총 437마리, 2020년 총 472마리 등 포획실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멧돼지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포획틀을 영암읍, 금정면, 군서면, 학산면, 미암면의 7개소에 대여 설치하는 포획틀 대여사업을 시행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이 시기의 야생동물들은 폭설과 한파에 먹이가 준데다 번식기까지 겹치며 민가 출몰이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방지단 운영에 집중하는 한편,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