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부당한 대우 받지 않는 세상이 돼야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남지부 조직국장 박정희
[2020년 5월 1일 / 제267호]
노경선 기자l승인2020.05.04l수정2020.05.0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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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암에살다
지난해 영암군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여성의 성장과 안전, 행복이 보장되는 곳’이라는 뜻의 여성친화도시. 영암 속에서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펐던 그녀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누구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 세상이 돼야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남지부의 박정희 조직국장의 소신이다.

불안한 위치의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그녀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한 경력도 있다. 대학시절 총학생회에서 만난 남편과 영암에 터를 잡은 그녀는 지난해까지 영암 낭주중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했다.

잔잔한 물처럼 평온했던 그녀의 삶은 2013년 8월,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생사를 오갈 정도의 큰 교통사고였다.

“업무 차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는데 브레이크가 파열 된 대형버스가 주르륵 밀려 내려 온 거예요. 차를 봤던 것을 빼고는 아무 기억이 없어요. 그냥 ‘아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뿐이었죠. 나중에 목격자들의 얘길 들어보니 2번이나 충돌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큰 버스가 작은 경차를 두 번이나 찌그러트렸으니 내 몸은 오죽했을까요”

양쪽 대퇴부 골절, 고관절 골절, 늑골 골절에 간까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7시간의 대수술을 받았다.

“간이 많이 손상돼서 골절수술을 못하고 10일을 버텼어요. 뼈가 완전히 부서진 상태라 따로 움직이는데 진짜 죽을 맛이더라고요. 간이 조금 회복되고 나서야 겨우 수술에 들어갔는데 뼈 맞추는 건 또 어찌나 아프던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요”

긴 재활기간을 우울증 없이 견뎠던 것은 그녀가 평소 즐겼던 운동이라고 했다.

“사고 전에 배드민턴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생활체육에도 단계가 있는데 B급까지 달성한 상태였거든요. 매일 누워있다 보니 운동 생각이 간절했어요. A급까지는 꼭 따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일 재활에 매달려서 결국 성공했죠”

재활의 끝이 보일 때 쯤, 병마는 그녀를 다시 한 번 괴롭혔다.

“걸음을 걷는데 발이 끌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괜찮아지겠지 하고 있는데 남편이 빨리 큰 병원으로 가자고 성화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따라갔죠. 병원에서 뇌경색 진단을 받았어요. 약물 치료로 가능하다기에 약만 복용했는데 얼마 있어 뇌출혈까지 겹쳐 스탠트시술까지 받았어요. 참 힘든 시간이었지만 항상 곁에서 손을 잡아 준 남편 덕분에 견딜 수 있었죠”

박정희 조직국장은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던 노조 전남지부장의 간청으로 학교비정규직노조에 참여하게 됐다.

“학비노조 영암지회장으로 활동은 하고 있었지만 전남지부에 직접 들어가 활동하리라 생각하지도 않았죠. 일 때문에 노조 사무실에 잠깐 들렀는데 전남지부장님께서 같이 일 해보자며 한 시간을 붙잡고 설득하시더라고요. 힘들고 어려운 일인 줄 알기에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내가 손 들었죠”

16년간의 행정업무를 뒤로하고 뛰어든 노조활동은 그리 쉽지 않았다.

매일 밀려드는 문의와 상담, 고성의 항의전화들은 그녀를 스트레스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학교에 근무할 때는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여기 들어오고 나니 너무 가기 싫은 거예요. 상담과 문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에 천천히 배워 가면 된다 싶었지만 큰 소리로 항의하는 전화를 한 번씩 받고 나면 정말 온 몸이 부들거릴 정도로 떨리죠. 우리는 현장에서 보호받지 못 하는 분들을 대표해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성에 차지 않는 분들도 많이 있죠. 지금은 한마디라도 더 친절하게 건네요. 그러면 그 분들도 어느덧 화가 많이 누그러지더라고요. 일종의 노하우죠”라며 웃었다.

노조에서 행정사무원직군과 특수운용직군을 담당하고 있는 그녀는 오는 18일 위원으로서 첫 교섭을 앞두고 있다.

“교섭에는 참관인으로 여러 번 참석하긴 했지만 교섭위원으로서는 처음이에요. 담당하고 있는 기숙사 사감, 미화 담당, 당직 전담, 시설 관리 등 특수운용직군이 많이 취약한 직군이에요. 물론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학교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도 많다는 것이 문제죠. 준비도 많이 해야 되기도 하고요. 많이 떨리지만 베테랑 위원도 동행하니 준비만 철저하게 한다면 원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정희 조직국장은 자신이 맡은 직군은 물론 교육현장의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뛰겠다는 다짐을 내비쳤다.

노경선 기자  demat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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