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최초로 ‘공영형 사립학교’로 지정된 영암여자고등학교의 올해 행보에 지역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일 영암여고 이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전남도교육청에서 추천한 이사 2명을 학교법인 이사로 취임 승인하는 안건의 회의가 열렸다. 이는 공영형 사립학교의 3가지 요건 중 하나였고 이사회에서는 별 무리 없이 통과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당장 다음달 29일로 정년퇴임이 임박한 한영규 교장의 후임 교장을 정하는 문제와 지난해 말 임은주 이사장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공석이 된 이사장 자리에 누구를 앉힐지에 대한 문제도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학교 내외부에서 후임 교장으로 김영경 영암여중 교감이 거론되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김영경 교감의 경우 최근 교장 연수를 마치고 학교에 복귀하면서 유력한 교장 후보자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김 교감의 경우 고인이 된 임은주 이사장의 딸로 후임 교장으로 인사가 이뤄질 경우 외부에서 보는 시간이 자칫 사학 족벌 경영의 연장선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재작년 말에 발생돼 큰 물의를 빚었던 전 행정실장과의 폭행 사건에 대한 재판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김 교감에 대한 교장 선임 문제는 지역적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공영형 사립학교’를 지정해준 전라남도교육청의 입장도 난해하다. 전라남도교육청은 공영형 사립학교 지정을 통해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찾아가는 사립학교 경청올레 운영 ▲인사제도 운영의 공정성과 민주성 확보 ▲공·사립간 인사교류 확대 ▲건전 사립학교 재정지원 확대 및 예산편성의 공정성 제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첫 사례인 영암여고를 통해 앞으로 공영형 사립학교의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뜻을 밝혔으나 이사장과 교장 임명과 같은 중차대한 인사문제가 잇따라 돌출됨에 따라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영형 사립학교 제도상으로는 이에 대한 법적규제나 제도 등이 없어 도교육청 입장에서도 선뜻 나서기도 애매한 모양새다.

전라남도교육청 사학팀 관계자는 “도 교육청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두고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운 문제이다”며 “다만, 학교 이사회 이사로 선출된 사외이사 2명을 통해 지역 여론을 수렴해 제도를 개선해 나갈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공영형 사립학교의 취지를 살리고 향후 공영형 사립학교의 선례를 위해서라도 이사장 친족이 교장이나 이사장에 임명되는 것을 제한하고 공립학교 수준의 재정·회계 투명성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말하자면 지배구조 개편과 투명성 강화를 통해 그동안 사립학교의 폐단으로 지적된 족벌경영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마련된 공영형 사립학교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학교법인의 이사 선임에 관한 사항은 자주성·자율성의 본질적 요소로 사립학교보다 공립학교에서 더 문제가 많은데 사립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에 색안경을 끼는 것은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지역민은 “공영형 사립학교가 된 만큼 영암여고는 학교 법인이나 개인의 것이 아닌 영암군의 중요한 교육자산이다”며 “그동안 사립학교들이 해왔던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공영형 사립학교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역 차원의 고민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