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첫 ‘만 18세 투표’ 청소년들, 이들이 바라보는 정치는?

[ 2020년 1월 3일 제251호 ] 노경선 기자l승인2020.01.03l수정2020.01.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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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다가오는 총선부터 만 18세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이로써 내년 총선일 기준으로 만 18세가 되는 2002년 4월 16일 출생자까지 포함해 54만 명이 새로이 투표권을 갖게 됐다. 이에 대해 청소년들의 의견이 정치권에 적극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와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암우리신문은 4.15 총선에서 첫 ‘만 18세 투표’를 하게 될 영암여고 2학년 정한비, 윤시우 학생을 만나 처음 손에 쥐게 된 권리와 우리나라의 현재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영암여고 윤시우(왼쪽)양과 정한비 양.

만 18세 참정권에 대한 찬·반 의견은?
윤시우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정치에 대해 판단하고 그에 따른 의견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꼭 대학생이 돼야지만 정치의 관심을 갖고 올바른 의견을 내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나이가 많든 적든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의 의견은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한비 지금 눈앞의 내신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에겐 비교적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한 정치에 대한 판단을 할 때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깊은 관심을 가진 어른들도 자칫 잘못 판단하는 것이 정치인데 과연 청소년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고교과정 중 정치교육이 없어 미성숙한 청소년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정한비 인터넷 뉴스와 유투브, SNS 등을 통해 정치적 내용을 많이 접하고 있어요. 뉴스마다 댓글을 참고하기도 하고 추가정보를 찾다 보면 오히려 온라인 미디어에 더딘 노년층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요. 박근혜 정권 촛불혁명 때도 일부 어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부모나 선생님의 의견에 따라 욕하고 나섰다고 했지만 학생들도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는 명백히 알고 같이 분노한 거죠.

윤시우 사회문화 수업에서 중앙일간지의 시사만평을 보며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각자의 생각을 얘기하는 토론을 하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글로 정리하는 과제도 하고 있어요. 정치를 깊숙하게 배우는 교육이 아니더라도 성숙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습득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선거권이 생겼으니 자연스럽게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성향에 따라 휘둘리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청소년들도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본인만의 사회생활을 하며 개인의 가치관과 주관은 틀이 잡혀 있어요. 혹시나 선생님들이나 부모님께서 특정인이나 정당을 강요하더라도 본인의 주관에 따라 판단하고 표를 던질 거예요. 오히려 특정 사상을 강요한다면 반감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의 의견과 명령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것은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만 18세에 투표권이 주어지면서 정치권의 변화는?
윤시우 진보층이 많이 힘을 얻지 않을까 생각해요. SNS나 유투브를 보면 청소년들은 대부분 보수층이 하고 있는 행동들에 반감이 굉장히 많아요. 말로는 우리나라를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본인의 이익을 위해, 본인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일들만 하려고 하는 것이 느껴져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높을수록 더 나은 교육·복지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한비 보수나 진보 양측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청소년도 있겠지만 지역감정에 물들어 있다든가 별 다른 생각 없이 어른들의 뜻에 따라 선택하는 유권자도 있을 테니까요. 선거일을 그저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의 성향은 진보나 보수층으로 나뉘나?
주위의 친구나 인터넷을 보면 진보층이 월등하게 많아요. 나서서 누군가 정치얘기를 꺼내지는 않지만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이나 정치적 이슈를 얘기하다보면 보수층을 비판하는 의견이 높아요. 포털사이트에 달린 댓글의 말투나 프로필 사진을 보면 댓글부대가 단 댓글인지 진짜 생각을 하고 쓴 글인지 눈에 보이는데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청소년이 많은 것 같아요.


정치참여 경험이나 계획은?
정한비 올해 학년대표을 맡아 활동했어요. 학생들과 학교 사이에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조율하고 개선하는 일이 굉장히 힘들다는 생각을 했고 어른들의 정치는 그 이상으로 힘든 일임을 깨닫게 됐어요. 하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었어요. 서로 의견을 나누고 다듬어 가는 과정 자체로도 보람이 있어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학생회 임원 활동 등을 이어가고 싶어요.

윤시우 학급 반장·부반장을 해오며 친구들의 의견을 모아 건의한 사안이 학교 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이 됐을 때는 희열을 느끼지만 다수를 대표한다는 자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성인이 돼서도 정치보다는 행정가나 법률가로 활동하고 싶어요.


정치인이 된다면 만들거나 고치고 싶은 법이 있나?
정한비 지난해에 ‘영암여고 지역정책제안 한마당’에서 영암의 축제와 관광지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제안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또, 오래전부터 인터넷 악플러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가수 설리와 구하라가 잇따라 자살하면서 ‘악플방지법’이 발의 됐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고 알고 있어요. 정말 너무 쉽고 무자비한 댓글을 남기는 악플러들을 근절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윤시우 최근 이슈가 된 민식이법을 처음 알게 됐을 때 꼭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알아보니 처벌이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식이 사건도 스쿨존 규정 속도를 지켰지만 일어난 사고인데 부모와 아이의 주의의무는 예방 없이 운전자들에게만 가중책임을 묻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조심할 수밖에 없는 보다 균형 잡힌 해결 법안을 만들고 싶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윤시우 부모님이 뉴스를 많이 보시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싶으면 국회의원들끼리 소리 높여 싸우고 있는 거예요. 소리질러가며 자기입장만 내세우고 본인에게 유리한 여론몰이만 하는 난장판으로 보여요. 특히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뽑아 놓은 사람들이 국민들 위에서 지배하려고하는 느낌이 들어요. 교육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문계열에 전혀 관심이 없는 학생도 강제로 국영수를 마스터해야 해요. 음악, 미술, 체육 등을 하고 싶은 학생들은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하는 거죠. 대입체제 등 전반적인 교육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한비 틀에 박혀 있는 구시대적 교육체계 등이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십 년 동안 고여 있는 교육체계는 청소년들의 지적 성장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도 누구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저 주어진 현실에서 안주할 뿐 혁신을 멀리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우리나라 정치가 잘 하고 있는 것도 있어요. 건강보험체계나 복지정책 등은 좋은 것 같아요. 다른 나라에 비해 누구든지 쉽게 병원을 방문해 치료 할 수 있는 것, 노인수당이나 육아수당 등의 정책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경선 기자  demat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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