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와 유관순 열사의 공존…학산초의 자기모순

[2019년 10월 4일 / 제238호] 학교 창립 공헌 뜻 담아 현용호·현준호 공덕비 교정 내 보존 / 중추원 참의까지 오른 현준호…친일행적 담은 단죄비 필요 장정안 기자l승인2019.10.07l수정2019.10.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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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해방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았고 친일과 식민지배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지역 내에서도 정확한 친일잔재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2019 유기농& 토하축제가 한창 진행되던 영암 학산초등학교 교정 한 쪽에는 자그마한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다. 비석에는 학제 현용호 선생과 무송 현준호 선생이 1923년 학산초등학교 창설 당시 학교부지와  학교림, 시설자금을 희사해 지역에 배움의 길을 열었다고 쓰여 있다. 일종의 학교창립에 힘을 써준 현용호·현준호 선생에 대한 공덕에 힘을 쓴 것에 대한 일종의 공덕비인 셈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주민들은 아무리 학교 창립에 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움의 장소에 친일 인사의 공덕비가 떡하니 세워져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비석이 세워져 있는 장소가 유관순 열사의 동상 옆에 위치해 있어 더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준호는 영암의 대지주인 학파 현기봉의 2남3녀 중 막내로 1912년 일본 메이지대학[明治大學] 법과에서 유학한 뒤 1917년 한국으로 돌아와 1919년 4월 아버지 현기봉(玄基奉)이 해동물산주식회사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21년 1월 재단법인 보성전문학교 감사가 되고, 1925년 전라남도 간부였던 고원훈과 토의하여 1926년에 전남육영회(全南育英會)를 조직하였다. 1926년 유지들과 협력하여 여자고등보통학교 설립기성회를 조직하자 대표위원으로 추대되었고 1927년 5월 광주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 설립에 참여하였으며, 전남의대의 전신인 ‘광주의학전문학교’를 세울 때는 거액을 내놓는 등, 많은 교육 사업을 실행하기도 했다. 창평영학숙 동창인 김성수, 송진우와 절친했으며 이들과 함께 1923년 조선민립대학기성회에 참여하는 등 민족주의적 계몽 운동에도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1930년 중추원 참의가 되고 큰 이권이 걸린 지역 간척 사업의 사업권을 따내는 등 일제와 밀착한 행보로 민족주의 운동과는 결별하게 되었다. 1935년 총독부가 편찬한 ‘조선공로자명감’에 조선인 공로자 353명 중 한 명으로 아버지 현기봉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특히 중일 전쟁 발발 후 총독부가 조직한 시국강연반에 참여하여 전남 지역을 돌면서 전쟁 지원을 역설함으로써 본격적인 친일 활동을 시작했다. 1938년 조선총독부 산하에 설치된 시국대책조사위원회에도 조사위원으로 임명되어 참여했다. 1941년에는 윤치호의 흥아보국단에 준비위원회 상무위원으로 참가했고, 중추원 고문과 참의들이 결성한 시국강연반 소속으로 태평양 전쟁 말기까지 징병제 홍보와 학병 지원 권유 등에 가담했다.
조선임전보국단에도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의 친일 행적으로 2002년 발표된 친일파 708인 명단과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하기 위해 정리한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에 모두 선정되었으며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주민 김모씨는 “현준호 선생에 대해 지역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나 친일 반민족행위를 한 친일인사라는 점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며 “이러한 친일 인사가 학교내에 유관순 열사의 동상과 함께 세워져 있어 자칫 아이들이 비석에 적힌 인물의 단편적인 행적만 알게 될 수도 있어 그의 친일 행적 등을 주민들에게 알리도록 안내판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 제천 박달재에는 고(故) 반야월(본명 박창오·1917~2012년) 작사가가 노랫말을 지은 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와 관련해 ‘박달재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비 옆에는 제천의병유족회와 민족문제연구소 제천단양지회가 친일행적을 알리는 ‘가수 반야월의 일제하 협력행위’ 단죄판을 세워 일제강점기 반야월 작가가의 친일행적을 일반인에게 알리고 있다.

장정안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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