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입 전면개방을 앞두고, 쌀농가 보호와 식량주권 강화를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농민들이 모처럼만에 웃음을 찾았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수입산과 국내산 쌀의 혼합·유통·판매 금지는 물론 생산연도가 다른 양곡 역시 혼합 및 유통·판매를 전면 금지하도록 하며 법 위반시 제재방안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법안은 공포후 6개월 뒤인 내년 7월 전면 시행된다.
그동안 국산쌀과 수입쌀을 혼합하거나 생산연도가 서로 다른 쌀을 혼합하는 경우, 혼합비율을 정확히 표시해야 되지만 원산지를 속이거나 혼합비율을 허위로 표시하는 사례가 만연하여 쌀 시장의 유통질서가 교란되고 있었다.
또한 수입쌀의 부정유통으로 인한 부당이익의 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단속 현장에서는 혼합비율을 정확히 표시했는지 판정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쌀 부정유통에 대한 단속 및 방지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개정안을 통해 혼합을 전면 금지하고 양곡의 유통질서를 확립할 수 있게 되었다.
2005년 밥쌀용 쌀 수입이 허용된 이후, 2007년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쌀혼합’을 허용하며 원산지 관리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틈을 타서, 그동안 ‘수입쌀 포대갈이 부정 유통’, ‘국산쌀 5%에 95% 미국쌀 섞은 혼합미’ 등 다양한 방법의 부정행위가 발생되었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에는 쌀값이 오르자, 2009년산을 공매로 시장에 방출하여 생산연도가 다른 ‘신·구곡 혼합 판매’를 장려하며 쌀값 하락을 유도하기도 하는등 농민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정책을 펴기도 했었다.
이에 2007년 4월 장흥군농민회의 대응 투쟁을 시작으로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통합진보당(당시 민주노동당)이 ‘수입쌀 혼합금지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을 촉구하는 등 적극 노력해 왔었다.
올 3월 전국농민회총연맹과 김선동 전 의원(순천·곡성/통합진보당)이 ‘쌀혼합 금지 입법화를 위한 국회 간담회’를 개최한 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구체적 입법활동으로 연결시켰고, 이후 김영록 의원(해남·진도·완도/새정치민주연합) 등의 개정안을 포함해 마침내 본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곡 등을 혼합하여 유통·판매한 자는 정부관리양곡 매입자격을 제한 ▲국내산 미곡과 수입산 미곡, 또는 생산연도가 다른 미곡을 서로 혼합하여 관리·유통·판매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혼합하여 유통·판매하는 경우 영업정지 또는 영업소 폐쇄조치 ▲혼합하여 유통·판매한 자를 신고·고발하면 포상금 지급 ▲생산연도·품질에 대해 거짓·과대 표시 및 광고를 하거나, 혼합하여 유통·판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시가 5배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해 법의 실효성을 높이게 됐다.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식량주권범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해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통합진보당은 일제히 “‘과도한 규제’라며 혼합금지 불가를 주장하던 박근혜 정부에 쌀개방 반대투쟁과 함께 범국민운동으로 확대발전 시키는 등 일련의 노력 끝에 입법 성과를 이뤘다”며 법안통과를 환영하면서도 “혼합미 금지는 판매단계까지만 해당되기 때문에 우리쌀을 지키기엔 역부족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에서 이미 시행 중인 쌀 이력추적제를 병행해야 혼합미 금지가 완벽히 시행된다”고 강조했다.
양관진 영암군농민회장은 “뒤늦게나마 국회에서 쌀 혼합 판매 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민들의 뜻을 받아들여 다행이다”면서 “계속해서 농산물 값이 폭락하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기초농산물의 국가수매가 가장 합리적인 농업 진흥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쌀 혼합 금지를 위한 양곡관리법 뿐만아니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핵심으로 하는 ‘국민기초식량 보장법안’도 국회 안에서 공론화 되어 하루빨리 입법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