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전통음식의 발자취가 사라지고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도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는 이가 있다.
구림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최태근씨는 8대째 영암의 대표적 전통음식인 어란을 만들고 있다.
숭어 낚시를 좋아하던 최씨는 친할머니가 어란을 만드는 모습을 등 너머로 봐 왔고, 최씨의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지금은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기술과 함께 최씨 만의 제조방법을 더해 맛과 향이 풍부한 영암 어란을 꾸준히 생산해 내고 있다.

최씨가 본격적으로 어란을 만든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전 특별한 놀이가 없어 중학생부터 숭어 낚시를 즐겼던 최씨는 구림마을은 하굿둑을 막기 전에는 맑은 영산강이 흐르는 곳이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기름진 펄을 먹고 통통한 알을 밴 숭어가 알을 낳으러 영산강으로 거슬러 올라가 숭어가 많이 잡히곤 했다.
이렇게 풍부한 어족 자원을 바탕으로 영암에서는 어란이란 음식이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려 질 만큼 전국에서 그 명성을 드높였다.

또한 양반집에서는 귀한 손님이나 혹은 제삿날에만 볼 수 있는 명품 요리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족 자원이 많이 줄어들고 있고, 제조 과정에서도 어란 특유의 향과 맛을 재현해 내는 이가 드물어 그 명맥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씨는 “배우려고 하는 이들이 전국에서 매일 찾아오곤 하지만 제조과정이 만만치 않다”며 “또한 어란 특유의 맛과 풍미를 재현해 내기도 쉽지 않아 모두들 배우면서 낙담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는 “수백 개의 어란을 만들어도 실제로 상품가치가 되는 것은 많이 생산되지는 않는다”며 “지금은 어족 자원도 줄고 있어 어란 만들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어란 제조 방법을 자세히 알려줬다.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최씨의 어란 제조방법은 우선 숭어 몸에 알이 가득 차는 시기인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숭어를 잡고 통통한 알이 벤 숭어 배를 갈라 알을 꺼낸다.
이런 다음 최씨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가운데 하나인 간장에 알을 절이고, 참기름을 지속적으로 발라주면서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말리고 다시 뒤집는 과정을 수백번 거치며 명품 어란이 탄생된다.

최씨는 “영암은 예전부터 참빗과 어란이 유명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며 “앞으로 영암 어란의 전통과 명예를 꾸준히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씨가 만들어 나가고 있는 영암 어란은 수많은 매체에 소개되며 유명세를 탔다.
지난달 6월 목포MBC ‘살맛나는 세상’에 반영된 것은 물론이고 ‘어영차 바다야’에 소개됐고, 이어 EBS 교육방송 ‘한국기행’ 설날특집 MBN 리얼다큐 ‘숨’ 등에 최씨가 출연하며 영암 전통음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