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2019년 6월 28일 / 제226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19.06.28l수정2019.06.28 14:0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 갑 수

지난 달 중국 대장정 답사 때 홍군의 최초 도하 지점인 위두에 가서 엉뚱한(?) 것을 보았다. 위두 강변의 팻말에 난데없이 “청소년들은 인(仁)을 가져야 한다”는 공자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것은 홍군 대장정이나 인민혁명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문구였다. 아울러 그것은 현대 중국의 공자 존숭 열풍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펴져 있는지를 알게 해 주는 일이었다.
이런 현상은 중국에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전통문화의 계승, 발양 분위기와도 관련된다. 우리가 알듯이 중국은 19세기 서양 제국주의의 침공 이래 100여 년 넘게 자기들의 전통을 수없이 비판해 왔다. 
5.4운동에서 문화대혁명을 거쳐 1980년대 문화 논쟁에 이르기까지 중국 사회는 전통에 대한 철저한 비판 및 단절을 통해서 현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이른바 모양주의(慕洋主義)가 대세를 이루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이런 100여 년의 모색에 문제가 있었음을 반성하고 점차 전통을 이해하고 긍정하려는 분위기로 선회했으며, 최근에는 오히려 이를 숭상, 발양하려는 분위기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고조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가 갖는 문제점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자국의 역사를 과대하는 일을 정치적인 애국주의와 결합시킨다는 점이다. 이런 태도를 경멸하는 우리말 유행어로 ‘국뽕’이라는 것이 있다.
《논어, 세 번 찢다》는 중국 사회의 이런 과열된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인 저자 리링(李零)은 이 책 말고도 공자를 빗댄 자극적인 제목의 책 《집 잃은 개》를 통해 중국인의 공자와 《논어》 이해에 심각한 과장과 몰이해가 있다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중국 지식계에 격렬한 논란을 야기했다.
이 책의 제목 ‘논어, 세 번 찢다’ 역시 자극적인데, 사실 이것은 한국 출판사가 붙인 것이고 원 제목은 ‘성인의 이미지를 벗겨내야 진짜 공자가 보인다’이다. 그리고 이 제목은 이 책의 주제를 압축한다.
저자는 공자와 《논어》를 잘못 읽는 세 가지 경우를 들었는데 종교화, 헌법화 그리고 도덕화가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자를 종교적 대상으로 높이는 일, 공자의 사상에 헌법과 같은 권위를 부여하는 일, 그리고 《논어》에서 도덕을 배우려고 하는 일 등이 모두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저자는 공자를 국가의 상징으로 삼는 일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공자의 가치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공자에게는 세 가지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공자는 학식이 깊은 지식인이자 교육가였다. 둘째, 공자는 날카로운 사회평론가였다. 셋째, 공자는 찬연한 백가쟁명의 시대를 연 선구적 인물이었다. 
저자는 이 중에서 셋째 공헌을 최고로 친다. 그는 공자로 인해서 ‘미증유의 자유와 사상을 낳은 가장 휘황찬란한 백가쟁명의 시대’가 생겨났다고 말한다.
저자는 공자를 존숭하는 중국의 지식인과 대중에게 거친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공자와 《논어》를 왜곡 없이 읽어내는 일이야 말로 공자와 《논어》를 진정으로 존중해 주는 것이 아닐까?
논점을 확대하자면 이 책은 ‘빠’ 풍조가 심한 한국의 대중에게도 경종을 울려 준다. 빠는 그 대상이 박정희든, 노무현이든, 문재인이든, 이재명이든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나는 공자를 존숭하는 ‘공빠’ 역시 예외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마침 《논어》에는, “많은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위령공 편)는 말이 나온다. 공자를 있는 그대로 살피려는 노력을 보인 저자는 역설적으로 공자의 말을 제대로 실천한 셈이다.

 

영암우리신문  news@wooriy.com
<저작권자 © 영암우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암우리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중앙로 17-1(2F)   |   대표전화 : 061-472-1470   |   팩스 : 061-472-1469
등록번호 : 전남 다 00347   |   발행처 : 영암언론협동조합   |   발행인 : 박노신   |   편집인 : 우용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용희
Copyright © 2019 영암우리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