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음력 1월 15일은 정월대보름이다.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뜬다는 정월대보름은 한자어로는 상원(上元)이라고도 불리는데 전통적으로 농사의 시작일이라 해서 매우 큰 명절로 여겼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대보름날 자정을 전후로 마을의 평안을 비는 마을제사에서부터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천신제가 진행됐으나,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문화는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북면 모산리에서는 500여년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지역의 발전과 나아가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천신제와 당산제를 모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8일 신북면 모산리 마을회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달집태우기가 한창이었다. 대개 짚이나 솔잎을 모아 지피는 일반적인 달집태우기에 비해 모산리의 달집태우기는 성인의 허리둘레만큼 두꺼운 참나무와 나뭇가지들을 쌓아 불을 지펴 하나의 탑을 이룰 정도였다.
마을 청년회원들이 천신제가 열리기 수일 전부터 마을 인근 선산과 마을 곳곳에서 모아온 나무들로 피어오른 연기와 더불어 달을 맞이하고 빨갛게 불꽃이 피어오르면 신나게 농악을 치고 달집 속에 대나무들을 넣어 터지는 폭음으로 마을의 악귀를 쫓는 의식이 치러졌다.
마을회관 안에서는 제를 올리기 위해 마을 아낙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이 마련되고 마을 어르신들은 음식과 덕담을 나누면서 마을의 행사를 천천히 준비하고 있었다.
신북 모산리에서 500여년 전부터 내려져오는 천신제와 당산제의 모습이다. 모산마을 천신제와 당산제의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16세기 초 대동계가 설립되면서 지금까지 그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른 오전부터 시작된 천신제와 당산제는 정월대보름 자시(밤 12시)를 기해 마을을 보듬고 있는 웅산(熊山) 천신단에서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천신제와 마을의 중앙 당산에서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올리는 전통풍습을 고스란히 유지 보존해오고 있다.
특히 이날에는 광주와 인근 지역에서 살고 있는 출향인들도 대거 내려와 천신제와 당산제에 참여하면서 마을주민들간의 소통과 화합을 다지면서 사라져가는 전통민속문화를 계승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모산마을 류부열 보존회장은 “천신제와 당산제는 국가와 지역의 수호신에게 기원을 드리는 것으로 현재 500여 년 간 민속전통 행사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며 “산업화로 인해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지만 모산리의 천신제와 당산제는 앞으로도 전통방식을 지키며 영암과 나아가 국가의 안녕을 기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