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역사 비하가 ‘자주’ 해치는 주범이다 - ‘붉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것

[2019년 1월 4일 / 202회] ‘새 시대의 자주를 위하여’ - 13 영암우리신문l승인2019.01.04l수정2019.01.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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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 갑 수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지난날이야 어떻든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사람의 과거가 어떠했느냐의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현재는 과거에 의해 규정되며 우리의 미래는 현재를 기점으로 지향점을 정하기 때문이다.

과거 중에서도 현재와 가까운 과거일수록 더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 역사 중 먼 옛날의 것보다는 최근의 것이 단연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 역사에서 상고의 역사보다는 근세의 역사가 더 중요하다. 이를테면 조선시대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일제강점기와 분단시대의 성격이 규정되며 미래의 지향점이 정해진다.

지난번 글에서 나는 우리가 친일청산을 하지 못하는 것은 식민사관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A-B-C 프레임’을 제시했다. 다시 한 번 복기해 보자.

한국인의 식민사관 극복 논리에는 ‘A–B-C’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 여기서 A는 한국, B는 일본(제국), C는 ‘허구’이다. 동시에 A-B-C는 수준의 순서라고 볼 수도 있다.

B인 일본이 A인 한국에게 말한다.

“너희는 B만도 못한 C다.”
그러자 A는 급한 나머지,
“아니다, 우리도 B다.”라고 대응한다.
“너희가 무슨 B란 말이냐?”
“충분히 B가 될 수 있었는데 너희가 침략했기 때문에 아직 안 된 것이다.”

이런 식이다. 조선이 중앙집권관료제 사회였다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선시대를 봉건사회로 규정하는 일군의 집단이 있다. 이른바 맑스-레닌파들 즉 마레주의자들이다.

오리엔탈리스트인 헤겔과 막스 베버는 아시아 사회를 군주 하나만이 자유로운 ‘아시아적 전제’라고 했고, 경제와 생산양식을 중시한 맑스는 ‘아시아적 생산양식’이라는 말로 규정했다. 아시아적 생산양식은 노예제에서 봉건제로 넘어가는 중의 과도기적 형태를 뜻한다.

이쯤 되면 A-B-C가 정해진 셈이다. 중앙집권관료제인 조선이 A, 봉건제였던 일본과 유럽이 B, 아시아적 전제 또는 아시아적 생산양식이 C가 된다.

일본의 식민주의자들 : “너희 조선은 봉건제가 아니라 아시아적 전제 또는 아시아적 생산양식이다. 그러니 자력으로는 자본제로 근대화되지 못한다. 우리가 너희를 근대화시켜 주겠다.”

조선의 맑스주의자들 : “아니다 우리는 봉건제였다. 또한 근대 자본제로 갈 수 있는 내재적 맹아(실학, 상업자본)도 있었다.”

이런 식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조선이 중앙집권관료제(A)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거나 망각해버렸다. 그들은 철없던 시절 한 번 그렇게 배운 이래로 조선봉건제론을 완강히 보지하고 있다. 개중에는 조선봉건제론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에는 다소 복잡 미묘한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미디가 아닌가? 이른바 운동권 선배들의 자기고백이 있지 않고서는 자주를 이루기가 요원하다. ‘리오리엔트’의 저자 안드레 군더 프랑크가 맑스를 가리켜 ‘붉은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한 이유를 알 만하지 않은가? 조선봉건제론은 식민사관이다. 한국의 자주진보가 조선봉건제론을 포기하지 않고서 ‘자주’를 말하는 것은 동지는 물론 자기 스스로를 기만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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