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여고가 전남도교육청과 법무부가 공동 주최한 ‘학생자치법정 우수사례 경연대회’ 지역예선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학생자치법정은 성인 기준으로 만들어진 학교 규정 대신 학생들이 참여하는 자치법정이다. 영암여고 학생들은 판사, 검사, 변호사, 배심원, 서기 등 자신의 진로나 흥미가 있는 분야를 하나씩 맡아 자치법정에 참여해 학칙 범위 안에서 과벌점 대상 학생들에 대한 처분이 합당했는지를 심의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학생자치법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관심도 크다. 학생자치법정의 일원이 되려면 학내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면접 등 3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경쟁률만 6:1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발된 학생들로 꾸려지다보니 실제 법정에서 다뤄지는 주제보다는 가볍지만 재판의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일단, 변호인단에서는 재판에 회부된 학생이 지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 재판부에 강력하게 피력하고 현재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호소한다. 이를 위해 지각학생의 불가피한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병원진단서나 현재 노력하고 있는 사례 등을 증거물로 제출하는 것은 기본이다.
검사 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학칙이라는 것이 모든 학생들이 준수해야 할 약속이며 지각에 대한 관용이 자칫 다른 학생들에게도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학칙대로 처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학생부장 교사나 선도부 학생들을 증인으로 신청해 증인 심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변호인단과 검사 측의 발언을 모두 경청한 재판부는 배심원과의 협의를 통해 재판에 회부된 학생들의 과벌점이 과연 타당했는지 심사숙고해 학칙과 학내 면학분위기를 고려해 결정을 내린다. 실제 법정으로 진행하는 것처럼 배심원 학생들도 신중하게 토의해 결정을 내린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친구들과의 소통과 자신들의 판단력을 높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최종 판결을 내릴 때에는 교실 법정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법정에서 최종 판결을 받은 과벌점 학생 역시 친구들이 고민 끝에 결정한 결과를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처벌에 순응하는 편이다.
판결을 내릴 때는 다양한 방식의 처벌을 적용한다.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캠페인을 함으로써 다른 친구들에게 이런 교칙 위반은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한다거나 선생님에게 모닝콜하기 등 규칙을 어긴 것에 대한 자기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의미로 교육적인 처분을 내린다는 점에서 일반 법정과 차이를 보인다.
학생들이 스스로 민주적인 절차로 갈등과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온 경험이 밑바탕이 돼 지역예선에서 당당히 최우수상을 차지한 영암여고 학생자치법정 학생들은 처음으로 참가하는 전국대회에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판사를 맡고 있는 유한솔 학생은 “전국대회라고 해서 꾸미기 보다는 그동안 영암여고 학생자치법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생각이다”며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벌을 주기보다는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점을 마음에 새기고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김연호 담당교사는 “학생자치법정은 지각 벌점을 받거나 기타 교칙을 어긴 경우에도 ‘원 아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소명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학생들 각자의 이유가 있고 규정이나 교칙에 반발하다가도, 나름의 필요성을 설명해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법’으로 말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금의 모습대로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