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에서 8명의 희생자를 낸 미니버스 사고는 인구고령화와 일손부족 등 농촌사회에 드리운 그늘과 변변한 응급의료시설 하나 없는 지역의 민낯을 드러낸 참사라는 지적이다.
군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5시 20분께 신북면 주암삼거리 인근에서 신북농산유통 25인승 미니버스가 코란도 조수석을 1차 충돌 후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2차 충돌하면서 1m 높이의 언덕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8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날 사고 버스에 탑승했던 희생자들은 평소 버스 운전사의 알선으로 밭일을 하러 다녔던 할머니들이었다. 일손이 필요한 농장주가 운전사에게 연락하면 운전사는 ‘반장’ 역할을 하며 할머니들을 모집했고 일당 7만5000원 중 1만5000원 가량을 중개 수수료와 차비 명목으로 운전사에게 지불했다.
최근 농촌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력수급형태이다. 이날도 할머니들은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 열두시간이 넘는 노동을 한 뒤 집으로 가는 길에 참사를 당한 것으로 나타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노인 인력들이 법적으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하루 종일 야외에서 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해보험 등과 같은 법적 안전장치는 없다. 여기에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일당도 모자라 중계수수료까지 떼여가는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소일거리가 보족한 농촌의 여건상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용돈을 줄 생각에 마다하지 않고 밭일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지역의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자 영암소방서와 인근소방서 구급대가 긴급히 출동해 사망자 및 부상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특히 사망자 8명은 나주와 목포, 강진 등으로 후송됐으며 부상자 7명도 광주와 영산포 등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사고 지역은 신북면 장산리로 영암읍에서 약 7㎞ 떨어진 곳으로 자동차로 약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사고 피해자들은 18㎞ 이상 떨어진 영산포제일병원으로 이송됐다. 시간상으로도 영암읍보다 2배 이상 많이 걸리는 거리였지만 영암에는 이들을 치료할 만한 응급의료센터가 없었다. 더군다나 사망자 중 1명은 영암읍에서 약 10여분을 더 가야만 하는 강진의료원으로 후송됐다는 점에서 지역의 응급의료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해결책은 없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허탈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일한 종합병원이라는 영암병원은 경영상의 이유로 응급실을 폐쇄한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도 없는데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영암보건소에서 운영중인 응급의료센터는 이번 사고에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지역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역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 A씨는 “이번 사고는 그동안 알면서도 그냥 무심하게 지나쳤던 지역의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엮이면서 발생한 인재이다”며 “운송 안전부터 시작해 노동환경, 지역의 의료체계까지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