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역할이요?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 옆에서 독려해주는 거죠”
제57회 전남체육대회 수영종목 혼계영 결승전이 펼쳐진 지난 21일. 국민체육센터 수영장 한편에는 목이 터져라 응원에 열을 올린 부부가 있었다.
이날 자매동반 출전이라는 진기록과 함께 값진 금메달을 딴 오윤지·오희지 양의 든든한 버팀목인 오진수·임선하 부부는 ‘부모의 역할은 자식들이 포기하고 싶을 때, 잠시 쉴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영암의 아이들이 자라 이곳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사실에 대견함을 나타냈다.   
돌이켜 보면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4자녀의 언덕으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군서면 출신 오진수 씨와 결혼 후 영암에 정착하게 된 임선하 씨는 평범하게 일을 해서는 자녀들이 하고 싶은 꿈을 제대로 지원해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농업, 축산업 등 농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특히나 과묵한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 오진수 씨는 수십 년간 해온 전기업을 그만 두고 6년 전부터는 영암읍 오일시장 근처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건강원을 운영할 정도로 말없이 자녀들의 그늘이 되어주었다.
또 과거 집안형편으로 인해 뛰어난 운동신경에도 체육인의 꿈을 포기한 임선하 씨는 자식들을 양육하며 한 가지 철칙을 세웠다. 그건 바로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임선하 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관심을 가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주고 싶다. 공부는 아이들 스스로 필요성이 느낄 때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엄마의 교육철학을 이해한 까닭인지 현재 첫째 윤지 양과 둘째 희지 양, 셋째 경인 군 모두 대학생활에 최선을 다하며 임하고 있고, 특히 학창시절 내내 운동에만 매진했던 희지 양은 대학에 진학해서는 운동뿐만 아니라 공부에도 열성을 다하며 학과 1, 2등을 놓치지 않아 올해에는 교생실습을 하게 됐다.
두 딸이 영암초등학교 달물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치던 게 엊그제 같다며 당시를 회상한 오 씨 부부는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딸들이 출전한 대회는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꼭 응원했다. 딸들의 일정을 줄줄이 꿰고 있는 임 씨는 키 작은 어린이가 훌쩍 커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딸들의 대회에 찾아가 응원하고 있다. 
부부의 이런 열성에 주위에서는 이미 다 큰 어른인데 아직까지 자식들을 따라 다니느냐며 장난스런 핀잔을 하곤 하지만 부부는 딸들이 멀리서 부모의 모습을 확인하고 더욱 힘을 낼 수 있도록 오는 5월 광주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꼭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오진수·임선하 부부는 “영암에서 수영과 함께 큰 아이들이 지역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부모된 마음으로 기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암에서 전남체전이 다시 개최된다면 현재 달물수영장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뛰는 모습도 보고 싶다”며 “마지막으로 우리 윤지, 희지, 경인이, 성지 모두 사랑하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