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월출산바우제단과 영산호준공기념탑에서 채화된 성화는 지역 곳곳을 순회했고, 170여명의 손을 거쳐 최종 점화주자인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문성길 선수와 영암초 배인아 학생에게 전달돼 주경기장을 환하게 밝히고 축제의 막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지역민을 대표해 땀방울을 흘린 숨은 주역 ‘성화봉송주자’를 만나봤다.

영암읍 전학균 씨 (최고령 주자, 88서울올림픽 성화봉송 부주자)

“1988년 그날도 오늘처럼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하루였다” 
서울올림픽 영암군 성화봉송 부주자로 뛰었던 전학균(81)씨는 지난 19일 영암군청 앞에서 펼쳐진 성화봉송 행사에 앞서 30년전 기억을 더듬었다. 전씨의 기억 속에 영암군 올림픽 성화봉송 날은 구름 한 점 없는 좋은 날이었다. 당시 군민들은 국가적 행사에 열성적으로 참여했고,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쓰레기로 가득찬 골목은 깨끗해지고, 시민의식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숙해졌다. 
물론 전씨 개인적인 변화도 있었다. 당시 봉송주자로 뛰기에 체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 전씨는 매일 새벽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개인택시를 업으로 밤낮 없이 생계를 이어온 까닭에 숨도 가쁘고, 힘이 부쳤지만 올림픽 성화봉송을 계기로 거리청소와 운동을 병행하며 30년간 지역을 지켜왔고 그 까닭으로 제57회 전남체전의 최고령 주자로 뛰게 됐다. 
전학균 씨는 “올림픽 성화봉송을 통해 스스로가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됐다”며 “그 날 이후 생활 습관과 마음가짐을 달리한 연유인지 36년째 무사고 택시운전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고향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서 성화봉송 주자로서 서게 되는 것이 참으로 뿌듯하고 생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침마다 목욕재계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노년의 몸이지만 대회에 앞서 뛰는 연습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민하나·염희수·김세준·박순길 어린이 (최연소 주자, 덕진초등학교 5~6학년)
지난 18일 덕진면 성화봉송장에 나선 덕진초등학교 5학년 민하나·염희수, 6학년 김세준·박순길 어린이. 평소 덕진초등학교에서는 언니·오빠로 불리지만 성화봉송 행렬에서는 귀여운 손녀·손자로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뛰게 됐다는 민하나 학생은 성화 봉송의 선두에 선 교통경찰관을 유심히 보며 웃었고, 학교를 대표해 뛰게 돼 즐겁다는 염희수 학생은 친구·오빠와 함께 의기투합하며 멋지게 뛸 테니 지켜봐 달라며 포부를 밝혔다.
끼가 많아 보이는 박순길 어린이는 출발에 앞서 풍물패의 춤에 맞춰 신나게 몸을 풀며 주변을 한동안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박순길 어린이는 “체육을 잘하기 때문에 대회 기간 동안 많은 경기를 보고 싶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처럼 이번 성화봉송주자 행렬의 막내로 참가하게 된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이며 덕진면을 대표해 성화봉송 행렬에 동참하게 됐다. 아이들은 자신의 신장만한 깃대를 들며 뛰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대회에 앞서 지도교사와 함께 성화봉송을 준비했고, 지역 최초로 펼쳐지는 큰 행사의 일원으로 당당히 힘을 보탰다.
이어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 성화봉송 행사가 잘 마무리되자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즐거웠고, 전남체전 기간 동안 영암군 선수단들이 매일 승리해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