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시종면에서 오리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전영옥씨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폈다. 
이날 한동안 텅비어버린 농장이 오랜만에 새끼 오리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차며 전씨를 비롯한 온 가족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고, 온기를 잃어버린 농장 안이 간만에 훈기로 가득 찼다. 
전씨는 오랜만에 들어온 새끼오리를 위해 물통을 갈고 사료를 넉넉히 담았고, 기온에 민감한 새끼오리들은 40도가 넘는 온도를 항시 유지시켜 줘야 한다며 히터 온도에도 세심한 관심을 쏟았다. 
이날 오전에 농가에 들인 새끼오리는 총 1만500여 마리로 2주 후에는 훌쩍 큰 모습으로 나란히 붙어 있는 옆 농장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후 40여일 후에 출하될 예정이다.
오리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씨에게 사육과 출하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풍경이지만 매년 되풀이 되는 AI로 인해 전씨를 비롯한 지역 오리농가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고, 지난 몇 년 동안 마음 놓고 오리를 키워 본적이 손에 꼽는다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특히나 지난해 오리주산지인 영암은 AI로 인해 총 29만7000여수가 살 처분을 받았고 다행히 전 씨의 농장은 AI감염의 화를 피해갔지만 3개월의 휴지기는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영암의 농장은 3개월이지만 나주에 있는 농장은 6개월이 넘도록 오리를 키우지 못했다.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애간장만 태웠는데 오랜만에 오리 소리를 들으니까 힘이 난다”
이처럼 그녀를 포함한 지역오리농가는 답답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정부의 방역대책을 개선시키고자 지난달 26일 전남도청에서 방역대책 현실화와 AI 재발 방지를 위한 규탄대회를 가졌고, 이날 전씨 또한 지역 오리농가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고 대책을 촉구했었다.
전영옥 씨는 “농가들의 힘으로 방역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땐 더 나아가 사람의 힘으로 방역을 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해년마다 AI가 되풀이 되고 있는데 정부의 방역대책은 해년마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특히나 전씨는 “이동식 소독기, 차량용 소독기와 정부에서 세운 방침처럼 차단막을 마련해 최선을 다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전씨는 언제까지 울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냐며 미소를 보였고, 오늘 들어온 새끼오리를 잘 키워 늦었지만 올 한해를 보람차게 보내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휴지기 동안 시간이 정지된 듯 답답했는데 이러한 마음은 오리를 사육하는 지역의 모든 농가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라며 “자식처럼 키운 오리를 살 처분 할 때의 기분은 키워보지 않은 분들은 모른다. 농가들도 할 수 있는 한 방역에 최선을 다할 테니 정부에서도 이런 오리농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