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우리신문 편집국장 우 용 희

지난해 영암 지역에 ‘제한적 공동학구제’ 시행이 확정된 뒤, 몇몇 학부모들은 관련된 의견을 내게 묻곤 했다.
답변보다는 늘상 먼저 되물어 본다. 
“당신의 자녀는 사교성이 우수합니까?”
지금의 부모세대와 달리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시골 마을에는 뛰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시대 변화에 따라 취학 전 아이들조차 이미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문화에 길들여진 상황이다.
늘 소수의 또래 친구들과 지내왔고, 변해버린 놀이문화에만 적응되었던 아이들이 25~30여명의 반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힘들어하진 않을 것인지…. 자녀의 입장에서 검토해보길 주문했다.
여러 이야기를 덧붙이며, 일시에 사회성을 끌어올리기보다 우선 소규모 학교에 취학해 자녀들이 커가는 상황을 점검하고, 더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면 좋겠다고 판단됐을 때 환경의 변화를 줘도 늦지 않다고 조언을 곁들였다.
그 중 한 학부모는 곧바로 취학할 학교까지 선택하기도 했다. 영암읍에 거주하지만 자녀들을 인근 면단위의 초등학교와 유치원으로 보내기로 확정했다.
그리고 최근, 소규모 학교에 자녀를 데리고 가서 면접을 보고 왔다고 전했다. 약간의 만족과 함께 아쉬움도 표현한다. 
“특별할 것은 없었다”

지난 연말 도포초등학교에서 영암읍 인근에 내걸었던 펼침막(플래카드)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면단위의 소규모 학교가 제한적 공동학구제 시행으로 학생 유치에 적극 노력하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실제 결과는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첫 시행이기에 큰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학부모들과 자녀들에게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할 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과밀학교 억제와 학교 균형발전, 교육경쟁력 강화에 따른 학교교육의 질적 향상 등을 목표로한 ‘제한적 공동학구제’의 시행은 지역 교육의 더 큰 성장을 가져올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제도만 개선하고 실제적인 개선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헛된 망상일 뿐이다.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부분은 통학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들의 대책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진정으로 제한적 공동학구제의 성과를 만들어가고 싶어하는지 조차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확실한 대안이 없다면 우선적으로 ‘9시 등교’부터 시행해도 될 것이다. 아침잠이 많은 자녀들을 깨우고 아침밥을 먹여 학교를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에게는 엄청난 메리트일 것이다. 이 하나만으로도 훨씬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인데, 소규모 학교들의 혁신된 모습이 보이질 않고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특성화 프로그램 운용과 작은 학교다운 체험교육 등 특별한 교육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충족시키겠다고는 했지만, 아직 구체적이지 못한 탓이다. 또는 특성화 프로그램이라고는 했지만, 여기저기 대부분의 학교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말만 특성화 교육이라고 가져다 붙이지는 않았는지도 점검해야할 것이다. 
기존 학생수 29명이었지만 74명 규모로 커진 완도의 청해초등학교, 52명에서 108명으로 늘어난 광양의 옥룡초등학교 등. 제한적 공동학구제 시행 이후, 그 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올 한 해에 성패가 좌우될 것인데 면단위의 소규모 학교들은 너무 느긋하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