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영보정 만세운동 참가자들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와 선양사업 추진을 위해, 전남도의회 경제복지포럼(대표 우승희 의원)이 주최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항일독립운동 인정을 위한 지역적 운동이 시작됐다.
2015년 8월 12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전쟁범죄 사과와 각성을 촉구하며 분신 순국한 당시 81세 최현열 선생은 덕진면 영보리 출신으로 항일운동에 참여한 최병수의 아들이었다. 최병수씨가 참여한 영보항일만세운동은 구시대의 국가보훈처에 의해 공산주의 민중봉기로 비하되며 독립운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영암우리신문은 영암지역의 항일운동을 다시금 재조명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전남대학교 김홍길 학생독립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의 글을 연재한다.

< 글 싣는 순서 >
1. 서론
2. 영암지역 향촌조직과 항일 농민운동의 배경
3. 1920년대 영암지역 농민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
4. 1930년대 영암 적색농민조합운동의 전개
  1) 광주학생독립운동과 ‘전남노농협의회’
  2) 영암 영보정 만세운동과 ‘적색농민조합운동’
  3) 전남노농협의회 재건운동 사건
  4) 전남운동협의회와 영암지역 항일운동
5. ‘치유와 화해’를 통한 역사적 뒤엉킴의 실타래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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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대학교 학생독립운동연구소 김홍길 연구실장

2) 영암 영보정 만세운동과 ‘적색농민조합운동’
(1) 영암지방 항일 비밀결사 ‘연구회’와 혁명적 농민조합 결성
영암지역에서는 해방운동영암중앙부가 해체된 뒤, 곽명수, 김판권(金判權), 최판옥 등은 영암지방 사회운동을 규합하고자 광주학생독립운동 참여자들의 석방시기를 활용했다. 영암 영보 출신의 김판권은 동경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다 1931년 7월 고향으로 귀국한다. 최판옥, 곽명수 등 영암지역 청년그룹들과 만남을 지속하면서 그해 8월에 김판권의 집에서 영암군에서 사회주의운동을 실현할 목적으로 통일적인 조직체를 모색한다. 1931년 8월경 김판권과 최판옥, 최규창 등은 비밀결사의 형태로 ‘연구회’를 조직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으로 수감되었다 석방된 최규창도 당시 이들과 모종의 비밀결사(연구회)에 참여했다. 
1931년 9월 27일 최판옥, 김판권, 유용희, 곽명수, 최규창 등은 통일적 기관건설에 대해 상의했으나 최종 결정을 내리진 못했다. 그후 9월 30일 최규창의 집에서 회합을 한 뒤 1931년 10월 합법적 농민조합을 추진했으나 일제의 방해로 중단되었다. 그후 이들은 보통학교 동창회와 마을 청년회, 야학, 소작상조회 등 기존의 합법 조직과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가운데, 암암리에 혁명적 적색노동조합을 건설했다. 그후 10월 초순 덕진면 영등리 하헌훈(河憲勳)의 집에서 실천방안을 협의했다. 1931년 10월 곽명수는 10월부터 1932년 3월까지 미암면 두억리 야학회장에서 제3부생 학생인 이복기 등 여러 명에게 사회주의를 강의했고, 불합리한 사회 극복을 위해 일치단결을 할 것을 주장했다.
당시 최상호 역시 군서면 구림보통학교 동창회관에서 열린 야학회에서 학생 백 수십명에게 러시아는 농민들이 빈부의 계급 갈등 없이 평등하다는 등의 내용을 강조했다. 최동림은 1932년 5월경까지 덕진면 영보리 야학회관에서 야학생 100여명에게 ‘민중의 기’라는 제목의 창가를 부르도록 했다. 최석호, 최동림, 최병수 등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1932년 3월 7일 영보리 야학회관에서 ‘아내의 후회’라는 연극을 개막하여, 동리청년회원 및 200여명의 관중들에게 관람시켰다. 
김판권 등은 1931년 7월 귀국해 그해 10월부터 야학을 운영했다. 그는 마을주민을 상대로 강습회를 개최하고 계급의식과 민족의식을 주지시켰다. 농민에게 글을 가르치고, 소작인들의 의식을 성장시켰다. 1932년 영암지역의 사회운동을 통합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영암공산주의자협회가 결성되었다. 이들은 적색농민조합 건설을 위해 농민들의 계급의식을 고양시킬 유력한 수단으로 소작쟁의에 적극 개입했다. 1932년 4월 18일 오전 11시 덕진면 영보리 뒷산에서 모여 ‘영암공산주의자협의회’를 결성했는데, 내부조직 연락책은 김판권이 맡고, 외부연락은 유용희, 출판부는 곽명수로 정해 활동구역을 분담했다. 이들은 4월 25일과 5월 12일 두차례의 주례회의를 진행하고, 실행방안을 모색했다. 이후 영암지역의 농민, 노동자, 청년, 뱃사공 등 다양한 인물들을 대거 참여시킨다. 이 협의회는 영암청년회 계열의 인사들이 망라되었으며, 영암지방 지주들의 소작권문제에 적극 개입했다. 특히 지주와 마름이 소작인을 상대로 소작권을 마음대로 옮겨버리는 사태가 나타나자 덕진면 운암리 청년회는 소작권이 이동된 토지를 획득하여 청년회원들이 공동 경작을 함으로써, 경작지를 빼앗긴 농민에게 되찾아주기로 결의하고 이를 3차례에 걸쳐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최규철(崔圭哲)을 비롯해 문사훈, 박수봉(朴壽奉), 신용주(愼鏞周), 신용점(愼鏞點) 등은 1932년 3월 22일 덕진면 운암리 지주들에 의한 소작권의 무단 강탈과 이전횡포에 항의하고자 운암리 청년회관에서 모여 소작권 이전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소작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새롭게 소작권을 획득한 이들의 경작을 중지시킬 것을 결의했다.

(2) 영암 덕진면 농민의 소작권 쟁취투쟁
영보정 사건은 직접적인 원인은 불안정한 소작권 이동에 대한 항의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1932년 6월 4일 김판권, 최판옥 등은 영암지역의 청년 70여명과 함께 형제봉에서 메이데이기념식을 개최했다. 당시 최판옥과 김판권은 모인 청년들에게 현재 정세를 설명하고, 지주의 횡포에 맞설 것을 결의했다. 그후 형제봉을 내려온 일행은 소작권 쟁취투쟁(일명 영보정만세운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부당한 소작권 이전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구체적으로 지주에 의한 소작권 이전이 진행된 운암리와 백계리 일대에서 소작권 이전의 부당성을 규탄하는 한편, 신소작인들을 구타하고, 소작쟁의의 뜻을 알리기 위해 가두시위를 고창했다. 시위행렬은 소작권을 새로 받은 소작인의 집에 가서 부당성을 성토했다. 시위대는 “일본인은 우리의 논과 밭을 내놓아라”, “마름의 횡포를 지양하라”, “일본인들은 이 땅에서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전개했다. 그후 이 사건에 대해 일경이 출동하여 검거가 진행되면서, 시위를 주도한 100여명이 검거되었다. 
당시 검거된 인원들 중에서 재판에 회부된 인원도 70여명에 달한다. 최판옥(崔判玉), 김판권(金判權), 문사훈(文士勳), 김석준(金錫浚), 박수봉(朴壽奉), 최기섭(崔琪燮), 최동환(崔東煥), 최석호(崔碩鎬), 최병수(崔秉壽), 최규선(崔圭鮮), 최만년(崔萬年), 최규철(崔圭哲), 김동규(金東奎), 이창희(李昌熙), 최성술(崔成述), 최동림(崔東林), 최사열(崔士烈), 이명범(李明範), 이기범(李琪範), 신용덕(愼鏞德), 최경호(崔京鎬), 최규동(崔圭東), 최춘열(崔春烈), 최규창(崔圭昌), 최규관(崔圭觀), 최상호(崔相鎬), 박찬걸(朴燦杰), 곽명수(郭明秀), 한상엄(韓相嚴), 김용운(金龍云), 임찬걸(林燦杰), 신원범(愼元範), 신종현(申琮鉉), 신일선(愼一先), 최양홍(崔良洪), 최중렬(崔仲烈), 최병권(崔秉權), 문준열(文俊烈), 최병돈(崔秉敦), 최옥태(崔玉泰), 유용희(柳龍羲), 고광희(高光喜), 박수태(朴壽泰), 신용주(愼鏞周), 신용점(愼鏞點), 박치상(朴致相), 최병옥(崔秉玉), 신정범(愼程範), 박유성(朴裕成), 문성선(文性善), 문사명(文思明), 문영복(文永福), 문윤식(文允植), 문영래(文永來), 문영신(文永信), 유인춘(柳寅春), 문영인(文永仁), 하도신(河道信), 박도상(朴道相), 박기상(朴基相), 최병호(崔炳浩) 등이 있다.
이 사건으로 김판권, 유용희, 곽명수 등은 징역 5년을 받았으며, 많은 이들이 끌려가 일경에 고문을 당하는 등 많은 옥고를 치렀고, 영암일대에서 이들이 운영하던 야학들도 모두 폐쇄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들 참가자 중에서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이는 극히 드물다. 광주학생독립운동에 관련하여 수감을 되었던 이들은 학생운동 방면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들을 굳이 제외하더라도 비교적 적은 인원만이 현재 서훈을 받고 있다. 국가보훈처로부터 서훈을 받은 문사훈, 최기섭, 이창희, 신원범 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사훈(文士勳)은 신간회 영암지회, 영암청년회 등에서 활동했다. 영보사건으로 체포된 후 미결구류 240일과 징역 8월을 포함해 총 2년 5개월간 옥고를 치른다(애족장, 1990). 
둘째, 신원범(愼元範, 1908.2.6.-1970.8.5.)은 영암군 덕진면 노송리 175번지 출신으로 1932년 6.4 영보만세운동에 참여하여 최판옥 등의 지도하에 만세운동을 전개하다가 70여명과 함께 체포되었으며, 미결구류로 수개월간 투옥되었으며, 벌금 50원의 처분을 받았다(건국포장. 2010)
셋째, 최기섭(崔琪燮)은 1932년 8월 군서면에서 야학회 교사로 야학을 이끌었고, 1932년 11월 鳩林夜學團을 조직했고 항일의식을 고취하다 체포되어 징역 1년을 받았다(건국포장, 2002)
넷째, 이창희(李昌熙)는 영암군 망호리 출신으로 1931년 11월 16일 영암면 교동에서 최판옥이 작성한 영암농민조합 창립준비회 규약을 인쇄해 배포한 혐의로 벌금 20원을 받았다. 1932년 7월에는 전남 여수군 여수읍 덕충리에서 문석 등과 적색노조를 조직해 정미노동부를 담당했다. 그후  체포되어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 8월(미결구류200일)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건국포장, 2006).
그러나 최병수(崔秉壽, 崔秉熙)는 덕진면 영보리 출신으로 소작쟁의 및 영암청년회 등에 참여했고, 영보만세운동에 참가후 체포되었다. 그는 최규창, 최석호(崔碩鎬), 최동환, 문사훈, 유용희, 곽명수, 신용점, 하헌훈, 박유성, 박수봉 등 72명과 함께 1933년 6월 22일 광주지방검사국 목포지청에서 예심종결후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는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청에서 1933년 9월 29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미결구류 240일(8개월)을 산정했다. 그후 김판권 등 34명과 항소를 제기하여 대구형무소로 이감되었으며, 1934년 3월 7일 대구복심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大丘刑務所 受刑人名簿를 보면 최병수는 1934년 9월 7일 대구형무소에 수감중이다. 1932년 6월부터 1934년 9월까지 2년을 훨씬 초과하고도 실제 형기보다 더 복역했다.
영보정 만세운동사건은 1930년대 영암에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농민운동이다. 그 동기에 대해 일부 향촌사회적 특징에 주목한 연구도 있었다. 운동주체들이 덕진면의 전주최씨, 서창신씨, 남평문씨, 청주곽씨 등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농촌경제의 피폐성 자각, 사상운동의 확산, 소작쟁의에 대한 동정(同情)과 공분(公憤)과 같은 정서적 측면, 야학회 및 청년회, 소작쟁의 활동경험의 축적, 동족부락적 동질성 등 여러 측면들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