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왕인문화축제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세월호 인양 촉구와 시행령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과 함께    노란 리본을 나눠주고 있다.

창경호부터 세월호까지
원인은 ‘안전 불감증’
1953년 창경호가 침몰하며 300여 명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 이래, 20여 년 주기로 대형 해상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당시 창경호 침몰은 20년 넘은 개조 선박에 화물을 적재중량의 2배 가량 과적하며 발생했다. 구명보트, 구명조끼 구비되지 않은 까닭에 생존자는 8명에 불과했고 큰 인명피해가 있었다. 이후 1970년 잘못된 설계로 복원력이 부족한 선박에 화물 적재중량의 4배를 과적한 남영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고, 326명이 사망하고 12명만이 생존했다.
1993년에는 서해훼리호가 침몰하며 292명이 사망했다. 역시 악천후 속에 무리한 운행과 규정에 미달하는 승무원, 과승, 과적, 운항부주의가 주요 원인이었다.
그리고 21년 뒤인 지난해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승객들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현재까지 실종 상태이다.
1년이 지났다. 정부는 여객선 안전강화를 위해 운항관리자를 대폭 늘리고 노후선박의 선령을 25년으로 단축시키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사고 이후에도 법정승무기준을 위반하고 승선인원도 초과하는 등 대한민국은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걸려있다. 정부는 늘 사고가 터진 이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약방문식’에 머물렀다. 기존에 내놓은 안전대책은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났지만 다수가 아직 시행조차 못하고 있다.
또, 사고 수습에 책임을 묻고자 해양경찰을 해체하고 정책수립과 집행이 각각 해수부와 해경으로 이원화돼있던 것을 해수부로 통합했다. 여객선의 복원성을 떨어뜨리는 개조 역시 금지하고 화물 과적을 막기위해 지난해 10월부터 화물전산발권을 도입했다. 중량을 초과한 화물은 발권이 자동으로 중단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또 300톤 이상의 신규 연안여객선에 선박 블랙박스인 항해자료기록장치(VDR) 탑재도 의무화 했다. 유착관계를 막기위해 일명 ‘관피아 방지법’을 마련하고 해운조합 소속의 운항관리자를 선박안전기술공단 소속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오룡호 침몰
그러나 해양사고는 계속됐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사조산업 501오룡호가 침몰해 27명의 사망자와 26명의 실종자를 발생시켰다. 조사결과 오룡호에는 선장을 포함해 4명의 승무원이 법정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승선인원도 허가인원보다 10명이나 더 탑승하고 있었다.
결국 305명(실종자 9명 포함)의 희생자를 낳은 대형참사 조차도 대한민국 해양안전의 한 단편일 뿐이었다.

안전분야 기업참여 장려?
오히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안전 분야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보다는 안전을 매개로 기업을 육성할 방안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9월, 국가안전대진단이라는 명목하에 안전진단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장려하고 재난 대비 민간 금융상품을 개발하기로 했으며, 수익성 있는 항로에 신규 기업 진입이 용이하도록 도왔고 이윤 확보를 위한 운임제도 개편도 추진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국민대책위 등에서 끊임없이 주장하는 ‘안전한 사회’, 먹고 자고 일하고 쉬고 움직이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인간으로서 존엄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안전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국민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진정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책과 관리·감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