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국회의원인 박준영 의원과 공모해 억대의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의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54)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 추징금 3500만원을 선고했다. 최 씨는 지난해 4·13총선을 앞두고 박 의원과 공모해 신민당 전 사무총장 김모씨로부터 공천헌금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박 의원 부인의 차량을 운전하며 선거운동을 보조한 A씨에게 유류비나 식대 명목으로 150만원을 지급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최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최 씨는 박 의원과 공모해 박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에 힘입어 비례대표 후보자로 추천받고자 하는 김 씨의 기대를 이용해 신민당 창당경비로 1억원을 제공·기부받았다”며 “이는 정당의 공천기회가 민주적 절차에 반해 금권을 가진 특정인에게 독점되게 할 수 있는 행위로서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돈을 제공·기부받는 행위는 민주적인 후보자 추천 과정을 왜곡시켜 결과적으로 매관매직에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며 “이런 행위는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의 건전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해치고 민주주의의 성장을 크게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신민당의 창당이 무산되면서 후보자 추천과정에서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지는 않은 점, 최씨가 주도적 지위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점 등 참작할 만한 사정도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최씨 측은 1억원에 대해 공천헌금이 아닌 ‘신민당 창당준비위원회’에 제공·기부한 돈이며 김씨의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과는 무관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또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고의는 없었고 이와 관련해 박 의원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박의원에 대해서도 3억5000여만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1심처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3억17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