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포대를 실은 크고 작은 트럭들이 창고 앞에 길게 줄을 섰다. 검사대에서는 내 벼의 등급이 얼마나 나올까 검사관을 면전에서 무섭게 노려보는 이가 보인다.
검사관으로부터 특등 판정을 받자 이내 표정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살포시 번진다. 지난 9일 영암읍 장암마을 창고서 진행된 공공비축미 수매현장의 모습이다. 본격적인 수확철이 되면 통상 내려가던 산지 쌀값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무려 15년 만에 농민들은 쌀값이 올랐다는 말을 들었다.
오른 쌀 값 만큼이나 특등 비율이 높게 나오자 농민들은 이미 풍년농사의 기대감에 흠뻑 취해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확실히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에는 수발아에 쌀값 폭락으로 적자를 걱정했다면 올해는 그래도 빚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특등 비율(단위 40㎏/1포) 전체 2만8003포 중 1만2368포(44%)가 특등 판정을 받았고 1만5204포(54.1%)는 1등급을 받았다. 반면 2등급은 531포(1.9%)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수발아 피해를 입었던 지난해뿐만 아니라 2015년 특등(30.8%), 1등급(67.9%)보다도 월등하다. 여기에 시장상황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좋게 나온다. 경기도와 충청도의 작황이 예년보다 못해 등급도 좋지 못하고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쌀 값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농민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암읍 춘양리 하윤현 씨는 “올해 작황도 좋고 수확량도 좋다고 마냥 웃을 수 없는 것이 지금 농촌 현실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혹은 그 다음해에도 최소한 이보다 나은 가격이 나와야 한다”며 “새 정부의 첫 수매인 만큼 농민들의 마음들을 헤아려 좋은 쌀 가격 정책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암군은 12월말까지 54만3459포(건조벼 53만5419포, 산물벼 8040포)를 매입할 계획으로 올해에는 우선지급을 지급하지 않고 매입가격이 확정된 후 확정매입가격을 일시에 지급할 방침이다. 단, 단지쌀값 동향 등을 감안해 11월중 중간정산 지급여부 및 지급수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