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언론협동조합 이사장 박 웅

어떤 사회적 현상과 행위를 분석함에 있어서 전체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여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주관을 개입시켜 그 본질을 훼손시킨다면 이것은 비과학적인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기본도리가 아니다. 그것도 개인이 아니라 기관이나 단체, 우리사회에서 흔히 권력이 좀 있다고 하는 곳에서 일정한 목적과 의도성을 가지고 이러한 행위를 한다면 지역사회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다.

예고한 하반기 정기인사 단행일자가 상당 기간 늦춰진 데에는 그에 상응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5급 사무관 승진 의결대상자 선정문제와 본청 실과소장 및 읍면장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그 이유 중에 하나일수도 있고, 6급 팀장급 승진 대상자와 보직발령 대상자를 누구로 선정할 것인지가 그 이유일수도 있다. 또한 2018년 6월 13일 7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점진적인 상향식 순환전보인사시스템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영암의 실정과 처지조건에 맞는 새로운 인사원칙과 제도를 어떻게 적용하고 수립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유일수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펙트체크’를 해본 결과 7월 1일자로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인사관련 공약을 어겼다거나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이야기 할 근거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첫째, 선거공보 자료집과 민선6기 공약사항 실천계획서, 인사관련 군청 공보자료 그 어디를 꼼꼼히 체크해 보아도 예측 가능한 인사제도의 정착을 위해서 년2회 정기인사 정례화를 상반기 1월과 하반기 7월로 명시하고 있지 정확한 날짜까지 정해서 약속하고 있지는 않다.
둘째, 지난 7월 1일이 토요일이었던 점과 전남도 교육인사 파견 일정이 7월 10일로 계획되어 있었던 상황에서 도와 업무조정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하반기 정기인사 일정을 미뤄야 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판단된다.
셋째, 전남도 22개 시군 중에서 7월 1일자로 인사를 단행한 곳은 강진군 무안군 장흥군 단 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9개 시군은 모두 7월 5일 이후에 이루어진 점도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지자체나 협동조합 기업 경영의 최우선 과제가 인사에 있으며, 그만큼 어떤 사람을 어디에 배치하고 업무분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조직운영과 사업 성패의 열쇠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목민심서 부임편에 이르기를 “천하의 마땅한 이치로 보면 벼슬자리를 위하여 사람을 택하는 경우는 있어도 사람을 위하여 벼슬자리를 마련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승진하거나 보직발령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혹은 자신이 승진에서 제외되거나 순환보직을 초라한 곳으로 배치 받았다고 해서 전체적인 차원에서 객관적인 잣대로 사고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극단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이는 공정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정의롭지도 않다. 

전문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일반 사기업체와 달리 공직사회의 인사는 합리성과 공정성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 조직이 그릇이라면 인사는 그릇의 용도를 결정하는 일이니 인사와 조직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공직사회의 인사 중 가장 큰 난맥은 발탁과 연공서열의 적정지점을 찾는 것이다. 발탁을 우선시하면 연공서열에 목매는 많은 직원들이 싫어하고 불안해하며 연공서열을 중시하면 조직이 침체되고 공직자들이 일의 매너리즘(타성)에 빠지기 쉽다. 일을 열심히 하던지 안하던지, 창의적이던지 아니던지, 성과가 좋던지 아니면 나쁘던지 승진이나 보직발령의 기회가 동일하게 주어진다면 업무에 열정을 가지고 성과를 올리기 위해 땀 흘려 일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개인과 팀, 부서의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해서 인사를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자체별로 인구나 공무원 수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각에서 모두를 아우르는 인사를 해야 한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유능한 직원들을 양성하고 고충해소와 소통창구를 마련하여 부적응 근무자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해서 인사결과를 발표해도 불만이 표출되고 후유증이 생기는 것이 인사문제이다. 조직사회에 몸담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이고, 중요한 만큼 어려운 것이 바로 사람의 운명문제인 인사인 것이다. 

짧은 소견이지만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공직사회에서도 누구나 좋은 보직을 받고 빨리 승진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그러한 인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고 실력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 인사권자와 인사부서에서도 인사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인재 발굴, 양성, 적재적소 배치가 가능한 인사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단기적인 처방으로 인사결과가 확정되고 이를 내외에 공표하기 직전에 인사권자를 중심으로 실과소장과 읍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인사권자와 인사부서로부터 해당 인사의 원칙과 이유,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설명 듣고 자신의 부서와 읍면의 직원들에게 사전에 전체적인 시각과 객관적인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 보기를 권한다. 최소한 아전인수(我田人水)격으로 해석하고 추측이 또 다른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래도 문제는 발생하겠지만 최소한 불만을 줄이고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은 해보아야 되지 않겠는가? 사람이 중요하고 사람만이 희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