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던 지난 12일 영암낭주고 급식실에서는 초복을 맞아 닭다리 삼계탕을 준비하는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윤현주 영양사가 미리 짠 식단에 맞춰 이인순 조리사와 이남순, 이명숙 조리원은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요리에 열중하고 있었다. 오늘의 메뉴가 닭다리 삼계탕인 탓에 이인순 조리사는 미리 준비한 닭다리를 삶고 이명숙 조리원은 펄펄 끓는 기름에 튀기며 점심 급식에 나갈 요리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큰 솥에 가득 담긴 물이 끓으며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이 조리실을 가득 메우자 얼핏 보기에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운 모습이었다. 물론 조리실 한 켠에는 에어컨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음식 조리를 위해 켜놓은 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에어컨에 표기된 실내온도는 정확히 30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취사기 앞이라면 온도가 5도 이상은 더 올라간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최근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학비노조원)다. 하루 세끼의 급식을 준비해야 하는 탓에 오전 6시부터 출근해 쉴 틈 없이 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최근 한 국회의원의 한마디는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았다.
잠시 시간을 내준 이인순 조리사는 국민의당 소속 이언주 의원의 막말에 대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이 조리사는 “이언주 의원이 학비노조원들을 비하했던 말들은 엄마로서 자격이 없고 여자로서도 자격이 없는 발언이다”고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급식 조리종사원들에 대해 “그냥 급식소에서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라고 말한데 대해서는 “현장에서 우리가 일하는 모습을 보지도, 해보지도 않고서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비상식적인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저희는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더 좋은 음식,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라는 것인데 그게 미친 짓이고 나쁜 짓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조리사는 “물론 학교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문제가 간단하거나 쉽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도 일하러 다니는 여성들로 당연히 내가 일한만큼 돈을 벌고 싶고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학비노조원들의 핵심 요구안은 근속수당 인정이다. 조리사 혹은 조리원으로 20여 년을 근무한다고 했을 때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40%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이 조리사의 설명이다.
“저도 학부모입니다”라는 말로 마지막 말을 꺼낸 이 조리사는 “공무원을 시켜달라는 것이 아니라 제발 쓰다 버리는 휴지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이다”며 “지금은 무기계약직으로 정년만 보장됐지 골병이 들어 동료의 눈치를 보다 정년에 스스로 퇴직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내 자식들처럼’ 생각하고 일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조리사는 바쁘게 조리실로 자리를 옮기며 “우리에게 일터를 제공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리를 해야할 시간이다”며 “학비노조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분들이 우리를 이해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힘이 나고 차츰 단계를 밟아가면 좋은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자기자신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