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산인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영암축협가축경매시장(이하 우시장)이 문을 열고 첫 경매를 시작했다.
지난 23일 오전 8시 첫 경매가 열렸던 도포면 성산리 우시장에는 일반 송아지 총 227두가 경매에 나왔고 생산농가와 구입농가에서 500여명이 몰려, 1990년 독천우시장의 폐쇄 이후 30여년 만에 열렸던 경매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경매시장 주변에는 송아지를 싣고 온 화물차와 승용차 등 수십 대의 차량이 진입로 양쪽에 가득 주차해 경매 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응찰자들은 1530(463평)㎡ 면적의 경매장을 샅샅이 훑고 다니며 마음에 드는 송아지를 고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북면 정석기 씨는 “영암에 우시장이 개장하고 첫 경매를 진행한다고 해서 송아지를 들고 나왔다”며 “외관을 보고 다소 실망하기는 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주차장도 넓고 경매장도 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암축협 우시장은 임신우, 비육우, 송아지 등 통합경매가 이뤄지며 이날은 송아지 경매가 이뤄진 날이었다. 농가들에게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송아지인 탓에 농가들은 구매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시계가 오전 9시를 가리키자 농가들은 손에 쥐고 있던 응찰기에 앞서 눈여겨봤던 송아지의 입찰가격을 누르기 시작했다. 이날 경매장에서는 암송아지 45마리, 수송아지 182두로 총 227두가 경매에 나왔고 이중 222두가 거래됐다. 평균 거래가격은 등록우 수송아지의 경우 421만원, 일반우 수송아지는 406만원, 등록우 암송아지는 336만원, 일반우 암송아지는 350만원을 기록했다.
최고가는 등록우 수송아지 481만원, 일반우 수송아지 449만원, 등록우 소는 427만원, 일반우 암소는 452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일 열린 나주축협 우시장 거래가격(최고가 암송아지 390만원, 숫송아지 473만원)과 비교해도 높은 가격대에 거래됐다. 영암우시장이 개장해 치른 첫 경매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암소가 전국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는지 경매에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장흥에서 이곳을 찾은 박상문 씨는 “우사를 비워둘 수 없어 송아지를 구매하려고나왔는데 생각보다 비싸 고민이다”며 “송아지 가격이 270만원 전후로 형성돼야 하는데 예상보다 100만원이 높은 반면 믿을 수 있는 영암 한우라 더 고민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우시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빈 계류장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물론 송아지만 경매되는 날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대 356두를 수용할 수 있는 계류장의 절반 가량은 비어 있었다.
이날 현장에 나와 있던 영암축협 최정휴 과장은 “첫 경매인 탓에 암소와 수소를 나누는 과정에서 너무 띄어 계류한 탓에 더 빈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첫 경매에 송아지만 230여두가 출품된 것은 적은 숫자가 아니고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우시장을 찾은 한 축산인은 “오늘 와서 직접 보니 좋기는 하는데 한편으로는 영암축협 우시장이 나주와 강진 등 기존의 우시장과 경쟁에서 살아남느냐가 문제다”며 “많은 경매사가 와야 장사꾼도 모이고 소 값도 높게 받을 터인데 그렇지 못하면 30년전 독천우시장과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30년 전 함평 우시장과 더불어 최고 품질의 송아지가 거래되어 전국적 명성을 얻었던 독천 우시장이 폐장되었다가 숙원 끝에 다시 개장된 우시장에 대한 기대가 담긴 우려였다.
경매 현장에서 만난 영암축협 서도일 조합장은 “독천우시장이 폐쇄된 후 처음으로 시작하는 사업장인 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을 수 있다”며 “영암이 전남에서 3번째로 많은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가축시장이 없어서 불편했을 농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우시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