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암 활성산 풍력발전이 운영된 지 4년가량 지났지만 그에 따른 잡음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풍력발전으로 인한 고통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삼호읍와 시종면 등 또 다른 지역에 대규모 풍력단지 건설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본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8회에 걸쳐 신재생에너지의 한 축인 풍력발전에 대한 지역적 여론과 타 지역의 사례 등을 취재해 영암의 풍력발전에 대해 총체적으로 조망해 본다. 

< 글 싣는 순서 >
1회 – 영암의 풍력·태양광 산업의 현주소와 실태
2회 – 새만금 해상 풍력발전의 동상이몽
3회 – 영남 알프스 영덕… 순풍만 부나?
4회 – 경주 풍력발전을 이용한 관광산업, 그리고 주민들의 삶
5회 – 제주 풍력 공유화와 바람의 가치 1
6회 – 제주 풍력 공유화와 바람의 가치 2
7회 – 해상풍력발전 메카 전남 영광
8회 – 풍력발전 갈등의 유일한 해답 ‘주민 상생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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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은 지금, 원자력 에너지 분쟁 중
지난 19일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영구 정지가 선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탈원전을 선언하며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탈원전 시대가 감지된 탓에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방문한 경상북도 영덕군의 지역 민심은 양분되어 있었다. 실제로 원전이 아닌 신재생에너지 현황과 관련된 취재조차도 조심스럽기만 했다. 
2010년, 경상북도 영덕군은 399명의 주민동의서를 토대로 주민의견을 수렴했다면서 영덕읍 노물리와 석리 일원에 원전유치를 신청했었다. ‘천지원전’이라는 이름으로 2012년 원전 신규 용지로 지정 고시된 이곳은 용지 보상 절차가 진행되며 지난해까지 18%가량의 보상금이 지주들에게 지급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의 여파가 컸다. 곧바로 영덕군에서는 천지원전 건설 업무에 대해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5~10년가량이 걸릴 정밀지질조사 등의 결과에 따라 재개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말 중단된 원전 추진은 새로운 지역민들의 분쟁을 야기했다. 사실 지역민들의 분쟁이라기보다는 지주 등의 이익집단과 일부 원전 찬성 정치세력의 반발로 이어졌고, 이들을 경계하기 위한 주민들의 반핵 활동이 재개된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은 영덕군의 여론 주도세력이자 지역 기득권 세력인 원전유치 찬성자들로 하여금 집단행동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들은 활동의 폭을 더욱 넓히며 심지어 청와대 인근에서 항의 집회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2015년 11월 ‘영덕 핵 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성사시키며 91.7%의 압도적인 유치 반대 의견을 표출했던 지역민들은 우려의 눈초리다. 당시 1만1209명의 주민들이 투표에 참가했었지만, 270여 표가 부족한 탓에 ‘주민투표법’에 규정돼 있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이들은 지역 곳곳에 다시금 ‘핵발전소 유치 반대’의 입장을 담은 현수막을 걸기 시작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바닷가 야산의 변신
풍력발전단지가 ‘산림생태문화체험공원’으로

영덕의 천지원전을 비롯해 전국적으로도 에너지 사업들은 대부분 찬반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추진에서부터 12년의 운영기간 동안 반대 민원이 거의 없었던 곳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영덕풍력발전단지’다.
영덕풍력발전단지는 영덕읍 창포리 야산에 위치해 높이 80ｍ, 날개 지름 82ｍ의 풍력발전기 24기가 설치되어 있다. 총 675억원을 들여 지난 2005년 조성된 영덕풍력발전단지는 최대 발전용량은 39.6㎿, 연간 전력생산량이 9만6680㎿h로 2만여 가구분의 전기를 생산한다. 1만9000여 가구가 생활하는 영덕군민 전체에게 공급할 수 있을 정도다.
반대의견이 거의 없었던 이곳은 설립에서부터 다른 곳들과 차이가 컸다.
영덕군 관계자에 따르면, 1997년 영덕읍 창포리 일대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바닷가 인근 야산이 모두 벌거숭이산이 되었고 인근 3개 마을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폐허가 된 이곳을 복구하면서 해맞이공원, 무인등대 등과 함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해 관광단지화 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풍력발전기 설치 당시, 임도가 좁은 탓에 터빈을 비롯한 장비 운반이 진입자체가 불가능했었다고 한다. 이때 주민들은 자신의 주택을 허물면서까지 이동 경로를 확보해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민관이 힘을 합해 복구에 정성을 쏟은 결과, 지금의 영덕풍력발전단지가 만들어졌다며 뿌듯해 했다.
풍력발전기 설치 직후 이곳의 주민들 역시 예상치 못했던 소음피해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나마 영덕풍력발전단지 인접 마을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기에, 주민들은 늘 듣던 파도소리보다 더 먼 곳의 풍력발전기 소음에 대해 쉽게 상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조성된 풍력발전단지와 함께 청정이미지가 부각되어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났고, ‘영덕대게’라는 지역 특산물의 전국적 상품화까지 이어져 주민들은 경제적 수익이 커지며 이제는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영덕군의 영덕풍력발전단지는 계속해서 관광특수를 누리며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최근 설치된 ‘정크&트릭아트 전시관’과 ‘영덕해맞이예술관’을 비롯해, 요즘 유행하는 ‘전동휠 대여소’까지 행정이 주도해 관광 상품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밖에도 풍력발전단지 내에는 신재생에너지전시관, 해맞이축구장, 해맞이공원, 바람언덕 등의 다양한 공원과 시설들을 갖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국립청소년해양센터까지 유치해 운영 중에 있다.

특히 해돋이 관광객들의 유치를 위해 영덕군에서 직접 ‘해맞이캠핑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독특한 ‘캡슐하우스’ 숙박시설과 ‘바다숲향기마을’이라는 통나무펜션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해 ‘관광객’들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내고 있다.
‘화마’가 휩쓸고 간 폐허를 에너지자원, 관광자원으로 복구해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영덕풍력발전단지는 이제 ‘산림생태문화체험공원’으로 집대성되었다.

신규 추진 중인 풍력발전단지는 난항
영덕풍력발전단지와는 달리, 영덕도 마찬가지로 새로 추진하고 있는 풍력발전 사업들은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강구면·남정면·달산면 일원에 추진 중인 영덕제1풍력발전소를 비롯해 영해면 대진리 일원의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 등은 현재 주민들의 집단 반대 움직임 속에 각종 민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영해면 대진리에 추진 중인 풍력발전단지는 ‘블루시티 영덕’을 내걸 수 있게 한 고래불해수욕장의 바로 남쪽 야산에 조성될 예정인 탓에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 ‘고래불해수욕장’은 해변 길이가 무려 8㎞에 이르는 긴 백사장과 깨끗한 에메랄드빛 바닷물을 만날 수 있어 동해의 명사 20리로 불리며 여름철 휴양명소로 유명하다.
주민들에 따르면 업체측이 지난해 산업자원통상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최근 풍량계측기가 시험운전에 들어간 상태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다. 주민들은 “어촌생활로 생계를 꾸려가는데 주소득원인 수산물 어종에도 영향을 줄 것이며, 천혜의 자연환경 파괴와 지역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며 주민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덕군에서도 이미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영덕풍력발전단지와는 달리,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신규 추진 풍력발전단지들은 주민들의 반대로 쉽지 않은 형국인 것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