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암 활성산 풍력발전이 운영된 지 4년가량 지났지만 그에 따른 잡음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풍력발전으로 인한 고통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삼호읍와 시종면 등 또 다른 지역에 대규모 풍력단지 건설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본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8회에 걸쳐 신재생에너지의 한 축인 풍력발전에 대한 지역적 여론과 타 지역의 사례 등을 취재해 영암의 풍력발전에 대해 총체적으로 조망해 본다.

<글 싣는 순서>
1회 – 영암의 풍력·태양광 산업의 현주소와 실태
2회 – 새만금 해상 풍력발전의 동상이몽
3회 – 영남 알프스 영덕… 순풍만 부나?
4회 – 경주 풍력발전을 이용한 관광산업, 그리고 주민들의 삶
5회 – 제주 풍력 공유화와 바람의 가치 1
6회 – 제주 풍력 공유화와 바람의 가치 2
7회 – 해상풍력발전 메카 전남 영광
8회 – 풍력발전 갈등의 유일한 해답 ‘주민 상생 원칙’ 
 

지역사회 공감부족, 무분별한 인허가 등에 민원 커져
신뢰, 투명성 바탕, 이익 공유 등 돌파구 마련 우선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면, 그 첫 단추부터 바르게 고쳐 끼우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물론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를 끼울 때까지도 잘못되었음을 모를 수는 있다. 최소한 마지막 단추가 끼워질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옷매무새가 틀어진 상태로 활동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거의 모두가 첫 단추부터 다시 고쳐 끼우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바로잡아 끼움에 따른 수고, 그리고 시간의 재투자가 불편을 감수하고 생활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하루를 보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 잡음이 끊이지 않는 활성산 영암풍력발전단지. 풍력발전기 바로 아래 골짜기에는 영암읍 한대리 각동마을이 있으며, 주민들은 소음과 저주파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활성산 풍력발전, 골짜기 마을 피해 심각 
“가만히 있어도 몸이 축 늘어지고 어지럽고…”
영암읍 한대리 상촌마을 주민들은 하나같이 활성산 정상에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를 가리키며 하소연을 한다. 지난 2013년 마을에서 직선거리로 약 1㎞ 떨어진 곳에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서 마을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현재 호남지역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단지가 가동되고 있는 영암풍력발전단지는 해발 498m 높이의 활성산(구 서광목장) 정상에 20개의 타워를 세워놓고 하루 200㎿의 가량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영암읍에서도 가장 오지에 위치해 한적하고 조용하기만 했던 마을 인근에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알 수 없는 건상이상 증세를 느꼈다. 이같은 증상은 영암풍력단지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욱 심화됐다. 특히 풍력단지와 500m가량 떨어진 각동마을 주민들은 이미 탈진 상태이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면 소음피해가 더욱 심해져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전남도에서 영암풍력단지 인근 11개 마을 218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대다수의 주민들이 수면장애, 이명, 어지럼증 등의 건강상 이상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풍력발전기와 가장 인접한 한대리 마을 주민들과는 건설 당시부터 주민설명회 누락 등 소통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도입 당시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임에도 면밀한 검토조차 없이 공사가 강행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풍력발전기의 소음과 저주파 등이 ‘협곡(골짜기) 지형에서 그 위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은 잘못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시험가동과 가동에 이르러서 문제가 발견되었다면 해결해나갈 방법을 찾아야하지만, 신속한 건설과정에 비해 후속 조치는 더디기만 하다. 
첫 단추는 잘못 끼워진 것이 사실이다. 무엇이 그렇게도 급했는지, 아니면 법적 책임 사항에서 벗어났기 때문인지 바로잡음을 선택하지 않음에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이곳 주민들은 마을 인접 풍력발전기만이라도 가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피해에 따른 확실한 보상을 희망하고 있다. 반면 업체 측에서는 과도한 피해 보상이라며 난색을 표하며 갈등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풍력 반대는 ‘님비’가 아닌 생존권 사수
활성산 풍력발전에 대한 갈등이 제대로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종면과 삼호읍 주변에 또다시 풍력발전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시종면 영산강 제방 인접 간척지 신학리 주변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종면 풍력발전단지에는 사업비 520억원을 들여 20여기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풍력발전단지인 삼호풍력은 총 3단지로 나눠 1단지에는 12기, 2단지 10기, 3단지 12기 등 총 34기의 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단 지역적 여론은 반대이다. 풍력발전에 대한 계획이 들어서자 바로 지역의 사회단체 및 주민들은 풍력설치반대대책위를 구성하고 결사반대의 내용을 담은 펼침막을 곳곳에 내세웠다.
여기에 전동평 군수도 군민과의 대화를 통해 풍력설치에 대해 절대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풍력발전에 대해 단순히 지역에서 반대하는 까닭이 님비나 금전적 보상만이 원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 지역주민은 “풍력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소음·저주파 피해는 물론 가축 유산·성장, 지연·폐사 등이 발생하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며 “온갖 감언이설로 주민들을 현혹시키고 지역여론과는 동떨어진 밀어붙이기식 풍력발전 사업은 또 다른 국가폭력”이라고 말했다.

▲ 삼호읍과 미암면에 걸쳐 설치 운영할 계획으로 알려진 ‘삼호풍력발전’

무조건 반대보다는 합리적 의심과 판단이 필요
이에 반해 업체 측에서는 이같은 영암의 반응에 대해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하면서도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는 반대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들은 환경 등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이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현재 지역에서 풍력발전을 반대하는 주요이유로는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며, 경관을 훼손하는 등 전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주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활성산 풍력단지의 경우 협곡 형태를 띠고 있는 지형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주가 풍력발전시설을 운영하고 그에 발생할 수 있는 이주정책이나 피해보상정책 등 사업 전반에 따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지 육지나 해상에서 추진 중인 풍력발전시설과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2030년까지 해상풍력 13GW, 육상풍력 3GW 등 총 16GW의 풍력발전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에 기대하고 있었다. 4㎿급 터빈을 장착한 풍력발전기를 기준으로 하면 약 4000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년간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 풍력발전사업 허가 신청서를 낸 풍력발전 규모는 6GW를 넘어선다. 기존에 설치된 약 1GW의 규모까지 합치면 2030년 풍력발전의 규모는 23GW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용량(107GW)의 21.5%에 해당한다.
또 지역에서 반대하는 이유인 저주파와 소음 등은 1㎞가량의 충분한 이격거리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덴마크제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으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합리적인 의심과 선택이 필요한 시기이다”며 “삶의 터전에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들어온다는 걱정,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한 불안감 등은 십분 이해하기 때문에 수치화된 데이터를 통해 차근차근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 상생을 도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