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한옥, 그리고 축제. 영암의 4월은 볼거리가 풍성한 계절이다. 
여기에 문화적 감성을 더하기 위해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에서는 개관 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기획전을 7일 오후 2시에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하정웅 홍보대사가 영암군에 기증한 3700여점 중 관람객이 다시보고 싶어하는 명품 100점과 영암이 낳은 천재 화가 故 이강하 작가가 남긴 수많은 작품 중 1970~80년대의 영암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수집 혹은 기억展

▲ 여인 (마리 로랑생)

이번 특별전에서 주요 작품으로는 러시아 태생의 유대인 작가인 마르크 샤갈의 작품인 ‘연인들의 꽃다발’을 비롯해 프랑스의 화가 마리 로랑생의 ‘여인’, 재일교포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일본의 획기적 미술 운동인 모노파의 창시자인 이우환 작가의 ‘다이얼로그’, ‘바람으로부터’ 등이 전시됐다.
여인의 모습을 파스텔 톤으로 채색한 이 작품은 마리 로랑생의 기법적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인의 얼굴은 분홍빛 볼에 짙은 검은 눈동자를 하고 있으며 붉

▲ 연인들의 꽃다발 (마르크 샤갈)

은색 입술 표현하였다. 분홍빛 스카프를 걸치고 오른쪽에는 가슴을 내보이고 있으며, 반대쪽에는 옷을 걸치고 있는 작품이다. 여자가 보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화풍의 특징으로 볼 때 1930년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하정웅미술관의 대표적인 작품 중에 하나이다.
연인들의 꽃다발은 스케치풍의 선묘에 수채화풍의 색상 그리고 붉은 펜과 보랏빛 사인펜으로 묘사된 꽃잎을 나타낸 작품이다. 화병 밑에는 남녀가 서로 감싸 안고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필선을 주로 사용하여 엷은 채색을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 다이얼로그 (이우환)

150호의 캔버스에 점하나 찍힌 작품은 큰 붓으로 한 번에 내려 그어 완성했다. 여백과 하나의 점은 동양의 정신인 선(禪)과 맞닿아 있다. 작가는 자신의 호흡으로 동양의 선을 나타내고 싶어 했다. 점을 자세히 보면 그가 내려 긋는 동작과 호흡의 자국들이 남아 있다. 이러한 점의 흔적을 보면서 관람자는 작가와 대화하고 있다.

이강하, 영암을 그리다展

▲ 삶

이번 전시에는 1970년대부터 80년대 초에 그려진 이강하의 초기 작품들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강하 작가는 영암읍 동무리 출신으로 고향 영암의 진솔한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특히 영암에서 태어나 광주와 영암에서 예술가의 삶을 살다 고향인 영암에서 죽음을 마주하기까지 이 작가의 작품들은 사실주의 그림에 기반을 둔 작품들로서 영암의 잃어버린 풍경을 담고 있어 기록화적인 성격도 갖고 있다. 
영암읍 동무리 시장 상인을 그린 이 작품은 꼬막과 홍합 등을 파는 노상에서 젖먹이는 영인을 그린 작품이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아이가 아닌 다른 쪽을 보고 있다. 작가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 솔마을의 아침

시선으로 그려 그날 팔아야 하는 조개더미들을 부각시켰다. 그래서 여인의 삶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젊은 이강하는 1970년대 시장을 스케치하여 시장상인들의 모습과 함께 서민들이 살았던 현장을 그렸다. 이제는 그 현장이 작품으로 남아 우리에게 그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이 작품은 영암읍 한대리의 모습을 그렸다. 멀리 월출산이 보이는 가운데 솔나무 길을 걸으며 마을로 돌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고향인 월출산과 어머니에게로 돌아가는 작가의 심정을 나타냈다.

▲ 해창

하굿둑이 완공된 1981년에 그린 이 작품은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의 이야기를 대변해 주는 작품이다. 더 이상 갯벌이 아닌 강바닥은 이미 붉은 흙색으로 변해있고 풀까지 났다. 배는 그 땅 위에 폐선같이 놓여 있다. 이러한 작품은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삶의 정지와 갯벌이라는 자연의 터전이 사라져 간다는 것을 상징한다. 해창의 변화에서도 이강하가 추구했던 리얼리즘을 발견할 수 있다.

- 에필로그
아버지 이강하는 1953년 영암에서 태어났다. 고향 영암과 영산강 주변을 비롯한 남도의 향토적 풍경은 평생 열정의 삶과 투혼의 예술을 펼쳤던 그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영암국민학교를 다니던 때, 유독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재능이 남달라 소꿉친구들 사이에서 크레용이란 별명으로 불리곤 하였다. 당시 단청 그림을 그리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전통 오방색과 샤머니즘의 예술적 사상을 습득하였고 화가에 대한 소명의식을 깨우치게 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1980년 이후 5·18 지명수배자로 보냈던 시절과 2006년 병마와 싸우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생애 가장 외롭고 아픈 시간을 어머니 품과 같은 영암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참고 견딜 수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고향, 영암은 마음의 안식처이자 작업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무작정 캔버스와 붓을 들고 월출산과 도갑사, 해창포구, 장터 등을 그리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그때의 작업들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초기 작업으로 이강하의 대표적인 누드나 비단길이 담긴 작품들과는 다른 작업방식들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아버지가 1970-80년대에 고향 영암을 그린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영암을 찾아주신 분들에게 그가 그린 고향을 선보이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것이다.             <이 작가의 딸 이선 씨>